불안한 세계경제⑤-실적 회복, 요원한가

  • 등록 2002-09-24 오후 2:25:07

    수정 2002-09-24 오후 2:25:07

[edaily 김윤경기자]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개별 기업들의 실적 또한 기대했던 대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시작된 프리어닝시즌은 온통 잿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업들의 실적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분석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시장에 상승모멘텀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그저 기대에 그치고 마는 것일까.

◇3분기 기업실적 "빨간불"
맥도날드와 일렉트로닉데이타시스템즈(EDS), JP모건체이스 등이 지난주 "시장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지 않다"면서 3분기 실적 부진을 경고하고 나섰고 애널리스트들은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마이크론테크놀러지부터 알코아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의 실적전망을 일제히 하향조정하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퍼스트콜에 따르면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 편입기업 가운데 지난 19일 기준으로 3분기 실적전망 수정치를 내놓은 기업은 213개로, 이 가운데 실적전망을 하향한 기업이 110개(52%)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향조정한 기업은 45개(21%)에 불과하다. 58개 기업(27%)은 3분기 실적이 전망치와 동일할 것으로 예상했다.

퍼스트콜은 이같은 집계를 기초로 3분기 기업실적은 전년 동기에 비해 8.4%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4월초 20.7%로 전망됐던 3분기 기업수익 증가율은 7월초 16.6%, 8월초 12.5%로 계속해 하향돼 온 끝에 이제 10% 아래로 떨어졌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브 갈브레이스는 S&P500 기업의 올해 순익전망치를 종전 50달러에서 47.50달러로 하향,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감을 확인했다. 내년 순익전망치도 58달러에서 55달러로 하향조정했다.

3분기보다 4분기 실적이 좋으리란 법도 없다. 특히 4분기에 이어 내년도 실적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시장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뮬텍스의 투자리서치 부문 디렉터 마크 거스타인은 "시장은 그나마 4분기 실적개선에 대한 희망을 안고 있지만 만약 4분기 실적전망치마저 좋지 못하다면 이러한 신뢰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술주의 부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석가들은 기술기업들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1% 개선된 수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의 절반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노던펀즈의 디렉터 존 브로슨은 "기업들이 지금은 하고 있지 않은 비용절감이나 인원정리를 통해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감원은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며 이미 기업들의 자본지출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일반 소비마저 얼어붙게 될 경우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맥쿼리증권의 스트레티지스트 로리 로벗슨은 "낙관론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면서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충분한 일자리와 수익성장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펀더멘털
이번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에 대한 방향성 마저 불투명하게 하면서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더욱 요원해 보이도록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주 첫거래일인 23일 발표된 8월 경기선행지수부터 부정적이었다. 8월 경기선행지수는 0.2% 하락하면서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컨퍼런스보드는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24일 발표될 9월 소비자신뢰지수 또한 전달의 93.5에서 92.3으로 떨어질 것으로 CBS마켓워치는 전망하고 있다.

이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지만 전문가들은 연준이 다시 한번 방관자적인 입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은 연준의 "워딩(wording)"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발표될 8월 내구재주문 역시 전월 9.2% 증가에서 1.8% 감소로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8월 신규주택판매도 2700만호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폴 오닐 재무장관은 23일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확신 심어주기에 나섰다.

오닐 장관은 금리수준이 낮아 주택 및 자동차 판매가 늘어났으며 월가를 뒤흔들었던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도 적절히 마무리됐다고 밝혔지만 이번주 발표될 지표들의 부정적인 전망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낙관쪽에만 주목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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