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0%대…불 붙는 강남 오피스빌딩 입성 경쟁

오피스체크인, 8일 강남권 대형빌딩 공실률 0.3% 집계
IT 기반 기업들, 강남권역서 앞다퉈 사무실 확보
치열해진 경쟁에 비강남권으로 떠나는 업체들 나와
"강남권, 2026년까지는 공급 부족...임대료 상승 예상"
  • 등록 2022-04-10 오후 6:30:00

    수정 2022-04-10 오후 9:19:03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서울 오피스 임대차 시장에서 강남권 빌딩 입성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사세 확장에 나선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고급 인력 채용·투자금 유치 등을 위해 강남권 사무실을 확보하려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임대료가 오르면서 오피스 품귀현상을 빚는 강남을 떠나 강북 등 타 권역에 자리 잡는 업체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피플펀드가 입점한 강남 더에셋 빌딩(사진=피플펀드)
강남권 대형빌딩 공실률 0%대 인기

10일 업무용 부동산 정보 플랫폼 오피스체크인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연 면적 3.3만㎡ 이상 서울 강남·서초 A급 오피스(70개) 공실률은 0.3%로 집계됐다. 이는 입주 기업 이사 등으로 발생하는 일반적인 자연공실률(5% 내외)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강남권 대형 빌딩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에도 1%대로 낮았다. 글로벌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강남권역(GBD) A급 오피스 공실률은 약 1.5%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강남 일대 대형 빌딩 사무실은 입지 선호도가 높아 고급 인력을 채용하기가 비교적 수월한데다 투자자들과의 접촉이 용이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수요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서 국내 오피스 부문을 총괄하는 최용준 상무는 “강남권은 IT 업체 핵심 인력인 개발자들이 이미 인근에 주거를 형성한 경우가 많아 근무지로 인기가 높다”며 “투자금 유치를 위해 벤처캐피털(VC)과 미팅 등을 진행하기에도 강북권보다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상무는 “특히 강남권역에는 새롭게 입성하는 업체들보다 투자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운 IT 기반 기업들이 사세 확장에 맞춰 사무실을 넓혀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국내 1위 명함 서비스 ‘리멤버’ 운영사인 ‘드라마앤컴퍼니’는 오는 6월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포스코타워 역삼 5~6층 2개 층으로 사무실을 옮기기로 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무실을 둔 이 회사는 지난해 말 160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한 후 대규모 채용을 이어가며 사세를 확장 중이다.

이와 관련해 드라마앤컴퍼니 측은 “투자 유치 후 공격적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고 있다”며 “고급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더 넓고 좋은 입지에 위치한 테헤란로 역세권 사무실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포스코타워 역삼에는 이미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의 계열사인 넷마블에프앤씨, 일본 소니의 게임사업부문 자회사인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등이 들어와 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인가를 받은 핀테크 업체 ‘피플펀드’도 지난해 하반기 서울 강남역 인근의 더에셋 빌딩 15~16층 2개 층으로 회사를 확장 이전했다. 이 회사 역시 올해 100명 안팎의 추가 인재 영입을 앞두고 조직을 키우기 위해 강남구 대치동에서 강남역 일대로 사무실을 옮겼다.

또 세금 신고·환급 애플리케이션 ‘삼쩜삼(3.3)’을 운영하는 인공지능(AI) 세무회계 플랫폼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도 인재 채용에 맞춰 지난해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같은 역삼동 선릉역 인근 HJ타워 10층으로 회사를 확장 이전한 상태다.

치솟는 임대료에 비강남권 찾는 업체들도 확산

강남권 대형 오피스 임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대료도 상승하는 모양새다.

JLL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강남권역 월 평균 임대료는 1평당 11만3600원 수준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권역은 서울 내 주요 업무지구 중에서 가장 먼저 평당 월 임대료 11만원을 넘기면서 가장 높은 임대료 수준을 형성했다. 강남권 신축 오피스 빌딩인 ‘센터필드’의 경우 올 초 평당 임대료만 10만원 중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대료 부담을 느낀 기존 임차 업체들이 강남을 벗어나는 현상도 감지된다.

최용준 상무는 “지난해 3분기 말~4분기 초부터 급성장한 IT 기업들이 사무실 면적을 확대해나가면서 강남 오피스 임차 산업군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제조업, 코스메틱 등 기존에 강남 오피스를 임차해왔던 전통적인 산업군들은 강남을 벗어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권 임차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2026년 정도까지는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탓에 임대료가 상승할 전망”이라며 “임대인들에게는 유리하지만 임차인들에게는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남권 사무실을 임차하는 대신 비강남권에 직접 사옥을 짓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알스퀘어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금천구 가산 구로 디지털단지(G밸리), 중구 을지로 등이 강남을 대체할 지역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성수동의 경우 게임업체 크래프톤 등이 사옥을 지을 예정이다. 을지로에는 게임업체 컴투스가 신사옥을 설립한다. G밸리에는 게임업체 넷마블이 사옥을 짓고 입주를 마쳤다.

알스퀘어 관계자는 “2020년 전후로 벤처붐이 가시화되면서 강남권역 내 동종 업계 임차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라며 “IT 기업의 1지망 선호 지역은 여전히 강남권이지만 최근 수급 불균형으로 오피스 확보가 쉽지 않다 보니 IT 기업이 입주하기에 용이한 환경이 갖춰져 있고, 지하철역이 가까워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하기 편한 성수, 가산·구로 등을 차선책으로 꼽는 곳도 많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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