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도나도 김앤장…고위 전관 출신 즐비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은 변호인단을 김앤장과 태평양, 광장, 세종 등 대형로펌 위주로 꾸렸다.
김앤장은 검찰 수사의 핵심 대상인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신동빈 회장에 대한 변호를 맡는다. 또 태평양과 세종은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 롯데케미칼 등의 변론을 담당한다. 광장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장남 회사 변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의 핵심인 김앤장은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과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을 변호인단을 이끌 간판으로 내세웠다.
천성관 변호사는 지난해 롯데그룹 ‘형제의 난’ 때부터 롯데 관련 업무를 총괄해와 김앤장 내 롯데 전담으로 통한다. 차동민 변호사는 현재 롯데그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출신으로 김앤장에서 기업 형사사건을 주로 다뤄왔다. 지익상 전 고양지청장과 이준명 전 창원지검 차장검사 등도 롯데그룹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님과 관련된 형사 사건의 변론은 김앤장 등 4대 로펌 중 한 곳에 맡기는 게 불문율”이라며 “기업범죄 관련 소송에 대한 경험이 많고 검찰의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법률 지식이 풍부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많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야 재판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수 사건 선임료는 연 100억…패소해도 김앤장
A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총수가 감옥을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 선임료가 비싸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 내에 아무도 없다”며 “대형 로펌들은 이런 사정을 알고 있어서인지 총수 관련 형사 사건의 경우에는 선임료를 비싸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비싼 선임료를 지불했다고 해서 대형 로펌이 재판에서 언제나 승리의 보증수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CJ의 경우 김앤장을 선임하고도 이재현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앤장과 태평양으로 변호인단을 꾸린 효성 조석래 회장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대형 로펌 편식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그나마 재판에서 이길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회사내 실무자 입장에서는 ‘김앤장을 선임하고도 졌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책임 회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B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김앤장 등 대형 로펌을 선임한 소송에서 내부에도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중소 로펌을 내세웠다가 소송에서 지면 책임 추궁을 당할 수도 있다”며 “해당 능력과 상관없이 이름있는 대형 로펌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고착화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