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약·바이오株 랠리에 대한 불안감

  • 등록 2015-07-16 오전 11:43:29

    수정 2015-07-16 오전 11:43:29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어느 종목이 전망이 좋나요?” “제약·바이오업체의 주가가 계속 오를까요?”

지난 몇 달간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접하는 질문이다. 올해 들어 제약사와 바이오업체의 주가가 거침이 없다. 지난해 말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4491.17에서 지난 15일 9432.11로 110% 올랐다.

정작 제약업계 개발담당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 조금씩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수준일 뿐이다.

냉정하게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현실을 들여다보면 큰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3월 제약주 랠리를 촉발시킨 한미약품의 기술수출도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한다. 이제 막 임상1상시험을 마무리했는데, 임상2상, 3상시험을 거쳐 시판허가를 받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국산신약 중 글로벌 시장 진출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보령제약의 ‘카나브’도 성공을 속단하긴 이르다. 카나브는 중남미, 중국 등 20여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 현지에서 처방이 쏟아진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의약품의 특수성 때문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더라도 해외에서는 별도의 허가절차가 필요하다.

우여곡절 끝에 해외 허가를 받았더라도 본격적인 검증은 이제부터다. 의료진들로부터 처방을 받아야만 매출이 발생하는데 의료진과 환자의 선택은 냉정하다. 자신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시중에 팔리는 제품 중 가장 좋은 약을 선택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신약을 개발하는 동안 효과가 월등한 경쟁약물이 등장하면 해당 제품의 경쟁력은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국내업체가 내놓은 신약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다.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의 성공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제약·바이오업체의 ‘묻지마 홍보’는 더욱 큰 문제다. 보건당국으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으면 마치 신약 성과가 임박한 것처럼 홍보하기 일쑤다. 임상시험 계획에 대한 승인은 말 그대로 이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그렇다고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고 자발적으로 알리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과연 누구를 위한 ‘주가 띄우기’인지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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