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문화재연구원은 이달 초 경기도 오산 가장2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 시ㆍ발굴 조사 중 조선시대 회곽묘(灰槨墓)가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회곽묘 안의 내관(목관) 덮개에는 `宜人驪興李氏之柩(의인여흥이씨지구)'라고 써있다. '의인'이라는 호칭은 발견된 미라가 남편 품계에 따라 정6품 작위를 받은 사대부집 가문의 부인이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관에서는 백자유개호(白瓷有蓋壺), 운아삽(상여에 그려진 문양), 목재빗, 명정, 뒤꽂이(쪽진머리 뒤에 덧꽂는 비녀 이외 장식품) 등 유물 10여점이 나왔는데 운아삽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 중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라가 발견된 묘는 봉분이 없는 상태였으며, 인근에 남편의 묘가 있었다.
연구원 측은 지난 8일 김우림 울산박물관추진단장, 김한겸 고려대 교수팀(미라담당), 권영숙 부산대 교수팀(복식담당)과 함께 현장을 찾아 묘를 확인하고 고대 구로병원 부검실에서 미라를 조사했다.
묘 구조와 복식으로 미뤄볼 때 이번에 발견된 미라는 임란 이전 조선시대 여성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의복은 액주음포(腋注音袍), 목판깃, 안감 한지심 등 임란 이전 시기 복식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췄다.
또 완전한 머리 모양을 갖춘 상태여서 임란 이전 조선시대 전기 여성의 머리 형태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한겸 교수는 "폐의 좌우가 뒤틀려있고 얼굴과 몸 전체가 야위어있는 것을 볼 때 만성질환을 앓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대팀은 약 1년간 보존처리를 거쳐 분야별로 연구를 진행해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고려대팀은 미라에서 채취한 각종 샘플 등으로 세균을 배양해 무균 상태에서 미라가 된다는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는 등 병리학적 연구를 진행한다.
김우림 단장은 "수십 차례 현장에 나오더라도 이 정도로 완벽한 복식과 양호한 상태의 미라를 만나기 힘들다"며 "이번에 발견된 미라가 조선 전기시대 생활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