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숙의 어머니》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친정엄마와 2박3일》…. 연극뿐 아니라 60만권이 넘게 팔린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이달 말 개봉하는 김혜자 주연의 영화 《마더(Mother)》까지 온 세상이 "엄마!"를 불러대는 것 같다.
◆엄마의 인생은 드라마다
《손숙의 어머니》(연출 이윤택)가 공연 중인 서울 이해랑예술극장에는 나이 지긋한 관객이 많다. 40~60대 부부, 모녀(母女)도 있다. 팔려가듯 시집가서 전쟁 통에 자식 잃고 온갖 고생을 하다 저승길로 가는 황일순 여사(손숙)의 일생에는 굽이마다 눈물이 잠복해 있다.
"나는 안 간다. 못 간다. 내 만내 볼 사람 다 만내 보고 액 풀고 신주단지 깨부수고 입동 전에 갈라요."
꿈에서 죽은 지아비를 만난 황일순은 이렇게 저항한다. 문맹인 그는 드라마 작가인 아들에게 "받아쓰라"며 자신의 인생을 재생한다. 꿈과 실제,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다. 가슴에 묻은 첫사랑, 논 서 마지기에 팔려간 시집, 남편의 첩질, 6·25 피란 시절 아들의 죽음…. 순천 기생 출신 시어머니(김미숙)의 젓가락 장단에 웃던 관객은 어느새 눈가를 훔친다. 글을 깨우친 어머니가 쓴 꼬부랑 글씨 '황일순'이 무대에 크게 새겨지면서 막이 내린다. 24일까지. (02)6005-6731
엄마(박정자)와 딸(서은경), 모녀만 등장하는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연출 임영웅)에서도 엄마는 아빠와 사별한 상태고 결국 죽는다. 엄마와 불화했던 딸은 기억 속 엄마를 불러낸다. "(엄마가 없으니) 우리 남매는 아무리 합쳐봐야 영원히 외톨이로 남을 것"이라며 울먹인다.
|
딸과 수다를 떨다 '걱정 모드'로 급회전하고,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볼일 보면서도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자기 삶을 꿰뚫어보는 엄마의 눈길이 불편했던 딸이거나, 딸과의 갈등으로 가슴 아팠던 엄마라면 더 뜨거워질 이야기다.
◆딸을 가슴에 묻다
《친정엄마와 2박3일》(연출 구태환)에서 강부자는 딸과 가정을 돌보느라 좋은 세월 다 보낸 시골 엄마다. 마흔을 바라보는 딸에게 여전히 바리바리 싸주고 싶어하고, "너도 꼭 너 닮은 딸을 낳아보라"며 소리 지르는 엄마다. 이 연극에서도 엄마는 혼자지만, 엄마가 아닌 딸이 죽는다.
친정엄마는 매일 먹는 세끼 밥처럼 진부한 소재지만 이 연극은 올 초 전회 매진에 가까운 사랑을 받았다. 불치병에 걸려 친정에 온 딸이 엄마와 나누는 인생의 마지막 시간이 눈물샘을 건드린다. 16~17일 원주시청 백운아트홀, 23~24일 고양 어울림누리에서 공연한다. 1544-1555
▶ 관련기사 ◀
☞5월, ‘가족’ 테마 연극 3선
☞孝상징 ''바리'', 부모님과 함께 보는 대형무용극으로 돌아온다
☞관객마다 다른 해석 낳는 연극 ''나쁜자석''(V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