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TV 심영주 기자] 다음 달부터 아파서 쉴 경우 최저임금의 60%를 받을 수 있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1년간 시행된다.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의 초석을 놓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근로자들이 아파도 쉬지 못하는 건 밀린 업무와 상사·동료들의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가 제일 큰데 소득 지원만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15일 이상민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면서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며 상병수당 시범사업 시행을 알렸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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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 또는 부상으로 아파 근로 활동이 어려운 기간 동안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다. 근로자 건강권 보장, 질병·부상으로 인한 빈곤 예방 등을 이유로 도입됐다. 지원 대상자는 우선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는 취업자 및 지자체가 지정한 협력사업장의 노동자다. 이들은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는 기간 동안 하루에 4만3960원씩 지원받게 된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결국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근로자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고회사에 재직 중인 정모(28세)씨는 “내가 쉬면 다른 사람들이 해야 할 업무가 늘어나 주어진 연차 한번 쓰는 것도 사실 눈치가 보인다”며 “상병수당도 아파서 쉬었을 때나 도움이 되지 애초에 쉬지 못하는 소기업 직장인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임모(31세)씨는 “수당의 일정 부분을 회사 쪽에도 지원을 해주는 등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돼야 할 것 같다”며 “지금도 법적으로는 연차를 못 쓰게 하면 안 되지만 은근히 출근을 강제하는 회사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020년에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0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6%가 현실적으로 아파도 쉬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회사나 상사에 눈치가 보여서’(72.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제도 악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지은(29세)씨는 “취지는 좋지만 크게 아프지 않은데 쉬는 사람도 많아질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일정 대기 시간을 가진 이후부터 상병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보장 기간은 상병이 인정돼 근로를 쉴 수 있는 기간이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법정 병가와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