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미래없는 '실업세대' 나오나

EU 청년 실업률 26%..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
  • 등록 2012-09-05 오후 2:52:41

    수정 2012-09-05 오후 2:52:41

[이데일리 신혜리 기자]“그리스엔 미래가 없습니다”

애니아 고호니(19)는 오늘도 어김없이 일터를 못 구한 친구들과 그리스 아테네의 한 야외 카페에 앉아 이 같이 말했다. 이 야외 카페는 일터를 못 구한 청년들의 ‘아지트’로 변했다. 여기에 모인 청년들은 희망을 잃은 채 아무말도 없이 커피스틱을 들고 커피를 젓고만 있다.일년 전 고호니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사 정비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터를 찾았다.하지만 5년째 경기 침체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결국 그는 취업을 포기한 채 아무 희망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유럽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못 구한채 길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워싱턴포스트)
현재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 경제 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남유럽 국가의 청년 실업률은 53%로 재앙 수준이다. 청년 두 명중 한 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현재 청년들을 ‘실업세대’로 부르고 있다.

지난 2일 유럽 통계청이 발표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청년 실업률은 26%으로 지난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4일 유로존 채무위기 여파 등으로 청년 취업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청년실업률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 26.5%나 증가해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는 이날 보고서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위기가 2년째 지속되고 있어 동아시아부터 중남미까지 경기가 둔화되는 등 여파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선진국들의 청년 실업률도 올해 17.5%에서 오는 2017년 15.6%로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전 세계 청년 실업률을 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는 5500만명 청년들이 무직 상태로 방치돼 있다. 포르투갈의 청년 실업률은 36%, 이탈리아는 34%, 프랑스는 23%다. 미국의 청년 실업률 15%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취업 문제는 고등학교 졸업생 뿐 아니라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엘리트 청년들에게도 해당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나마 취업 의지가 있는 청년들은 유럽을 떠나 해외로 일자리를 구하러 나가고 있다.

유럽 정부는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민에 빠졌다. 이탈리아는 청년을 고용한 기업에게 세금 혜택을 부여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스페인은 청년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창업대출을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 29일 프랑수아 올란드 프랑스 대통령도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청년실업률 해소를 위한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오는 2014년까지 청년 일자리 15만개를 창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내년 예산에 23억 유로(약 3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한 기업에 3년간 최저임금의 최대 75%까지 보조금을 지급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예정이다.

이 같은 유럽 정부의 노력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부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 같은 입장을 취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단순 파트타임의 노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장기간 정부 지원과 기업 후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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