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폭풍..5대 정책현안 난항 예고

민주당 지방권력 장악..與·野 충돌 불가피
법인·소득세 인하, 각종 개발사업 백지화..새판짜기 돌입
  • 등록 2010-06-07 오후 2:55:41

    수정 2010-06-07 오후 3:10:33

[이데일리 윤진섭 문영재 안승찬 기자]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약진하면서 정부와 기존 여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적극적으로 추진 해왔던 각종 경제정책들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미 선거기간중 4대강, 세종시 사업은 물론 부자감세, 무상급식 등 각종 정책 현안에 대해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선거후 변화된 정치 역학구도는 각종 경제정책의 미시조정 차원을 넘어 정책 자체의 폐지 등 근본적인 틀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법인·소득세 인하..`부자감세(減稅)` 논란
 
당정과 야당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척점의 하나는 감세다.  특히 야당이 공세의 표적으로 삼고 있는 법인세와 소득세 부문은 정부의 당초 계획에서 크게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세의 경우 정부는 당초 세율을 구간별로 2% 포인트 인하할 예정이었지만 부자감세 논란에 최고구간(8800만원 초과)의 경우 인하방안을 2012년으로 연기한 상태. 법인세도 매출 2억원(과표 기준) 초과 기업들에 대해선 2012년부터 세율을 2%포인트 내린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세율인하 방안에 대해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최고구간에 대한 소득세인상과 매출 2억원 초과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인하방안이 정부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종합부동산세의 최종 폐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그동안 세제 개편 과정에서 적용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종부세(1조841억원)는 세목으로서의 역할이 무의미해졌"며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통합)한다는 기본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종부세는 핵심적인 부동산 세제"라면서 "종부세의 지방세 통합은 불가하다"며 반대의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올해까지 과세특례를 적용해 완화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역시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 당정은 일단 ▲ 원상 복귀 ▲ 완화기간 연장 ▲ 전면 개편의 세 가지 안을 놓고 고심하면서 일단 `개선`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야당은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담배와 술에 붙는 담뱃세와 주세를 더욱 올리려 했던 정부의 기존 방침 역시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기호품이라는 이유로 '반(反) 서민 논란'이 재현되면서 야당의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 무상급식 등 복지확대 마찰
 
무상급식 방안 등 복지 분야도 당정과 야당이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당정은 3월 무상급식과 관련해 매년 3000억 원 가량을 투입, 2012년까지 저소득층 가정의 모든 초, 중고 학생들에게 전원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민주당과 일부 진보 교육감 당선자는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학생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당정은 전면 무상급식은 연간 1조~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적)' 정책이라며 반대의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을 줄이면 예산확보가 가능하다며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서울, 경기의 경우 충돌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책상교체나 외국인 교사 지원 등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방의회와 교육감직을 모두 장악한 민주당이나 진보교육세력들은 무상급식 쪽에 재원을 우선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태.
 
민주당은 무상급식 방안 외에도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바우처, 만 5세 무상교육, 최저 임금 대폭 인상 등 각종 복지 공약을 내걸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의 시행에 유보적인 당정과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 소상공인 보호 등 자영업자 대책 이견 
 
중소기업 지원 및 소상공인 보호 대책 역시 시각차가 극명하다. 당정은 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대형 슈퍼마켓(SSM) 허가제 등을 전면에 내세워 소상공인 보호에 역점을 두고 있다.
 
당정이 SSM 허가제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등에 업고 SSM 허가제를 강력히 추진할 경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관련법(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주당은 이밖에 2006년 말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 업종 제도를 부활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이에 반대하는 정부와 관련 사안에 대해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 부동산 등 각종 개발 사업 충돌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했던 각종 개발사업도 충돌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오시장이 추진해온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돈만 잡아먹는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해왔으며 특히 한강주운 기반조성사업은 4대강 사업과 연계해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시장이 최대 치적 사업으로 내걸고 있는 시프트(장기전세주택)사업도 민주당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사업이 우선이라며 이견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궤도수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송도경제자유구역 또한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경제자유구역 투자로 인한 부채가 7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당초 취지와는 어긋나게 아파트만 들어서고 있다"며 이미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공언한 상태. 이 때문에 송 당선자 취임후 송도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인천시 차원의 재정투입계획은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4대강·세종시 난항  
 
이명박 정부가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도 난관이 예상된다. 일단 4대강 사업은 중앙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책사업으로 이미 예산이 배정돼 있는 만큼 사업 자체는 계속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4대강 부설 사업을 거부하거나 위임 공사를 외면하는 등 발목을 잡을 경우 전체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는 불가피하다는 게 당정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다.
 
실제 지방 선거 직후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는 충북도가 위임 받아 진행 중인 4대상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충남의 안희정 도지사 당선자 역시 지방정부가 처리할 수 있는 4대강 준설토 적치장에 대한 불허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맡고 있는 경인운하도 주변 지역 개발사업이 핵심과제인 만큼 인천지역에 대한 개발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송당선자가 이를 불허할 경우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당선자는 이미 경인운하 건설사업에 대해 "경제적 편익도 거의 없고 환경에 악영향이 커 시장 취임 뒤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인운하 재검토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정과 야당이 가장 첨예하고 대립해 왔던 세종시 문제는 여당내에서조차 친박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데다 이미 원안 고수의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민주당이 해당 자치단체를 장악함으로써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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