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50회 생일`..EU는 고민중

  • 등록 2007-03-19 오후 5:15:53

    수정 2007-03-19 오후 5:15:53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1957년 3월 25일 6개국이 모여 `로마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유럽연합(EU)의 모태인 유럽경제공동체(EEC)가 만들어진 것이죠.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현재, EU는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성장했습니다. 유럽 곳곳에서는 EU 출범 5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 준비에 한창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 뒤에는 깊은 고민이 자리하고 있는 듯 합니다. 국제부 권소현 기자가 전합니다.

 

EU 탄생 50주년 하루 전날인 2007년 3월24일, 베를린에서 27개 EU 회원국 정상이 모여 `베를린 선언`을 공표할 예정입니다. 이로써 EU 50주년 생일축하 행사가 성대한 막을 올리게 됩니다.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는 수평적 국가공동체가 50년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으니 회원국들이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할 일입니다.
 
50년 전에 비하면 EU의 규모나 파워는 말 그대로 `괄목상대`(刮目相對) 했습니다. 출범시 6개국이었던 회원국이 27개국으로 늘면서 EU 권역도 대서양 해안에서 러시아 국경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해졌습니다. 인구는 4억9300만명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3위며 전세계 총생산의 30%를 EU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축하 행사가 열리는 베를린은 축제준비에 온통 들떠 있다고 합니다.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여러가지 문화 공연과 이벤트들이 마련되고 길거리에는 맥주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파티까지 열린다고 하네요. 

해외 언론들은 적잖은 지면을 할애, 50회 생일상을 받은 유럽의 축제 분위기를 전하고 있지만 모두가 즐거운 표정만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짚고 있습니다. 몸집이 불어날 수록 내부적으로 갈등과 반목도 더욱 커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국제관계 담당 교수인 챨스 쿱찬은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EU가 한계수위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1951년 유럽연합(EU) 출범 계기가 된 로마조약

EU는 1991년까지만해도 걸림돌 없이 잘 나가는 듯 했습니다. 유럽 지역 단일 통화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한창 진행중일 시기인데요. 당시 한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들의 71%가 12개국의 유럽 공동체가 바람직하다고 봤습니다. 지금 53%인 것에 비해서는 상당히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죠.

냉전시대에 중립을 지켰던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가 1995년 EU에 가입했고 이후 옛 소련 연방에 속했던 국가들이 속속 회원으로 EU 영역 안에 들어오면서 공동체는 분열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동유럽 국가들의 낮은 세금과 저임금이 부담스러웠던 14개 서구 국가들은 동유럽의 노동자 입국을 거부했고 동유럽의 유로화 도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같은 텃새에 신규 가입국들은 불만을 터뜨렸고 한쪽에서는 이탈리아와 같이 러시아와 단독으로 에너지 문제를 협의하는 배신자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생활수준이 비슷한 형제들끼리 모여 살 때는 오붓한 공동체였지만 여러 식구들이 가세하자 `가지 많은 나무 바람잘 날 없는` 상황이 된 셈입니다.

국가 안보에 있어서도 엇박자를 보였습니다. 폴란드와 체코 정부가 미국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허용했고 동유럽 국가들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을 지지하면서 특히 쟈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골머리를 앓았죠.

생일상을 받아드는 25일에도 EU는 한바탕 논쟁을 벌일 것 같습니다. EU 정상들이 모여 유럽 통합의 핵심인 EU 헌법안을 논의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EU 헌법안은 의사결정 절차를 단순화하고 EU 통합을 강화하자는 내용으로 정치적 통합의 기본 틀입니다. 지난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법안이 부결되자 유럽대륙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이후 EU 정상들은 시간을 갖자며 `뜨거운 감자`를 땅속에 묻어둔채 세월만 보내고 있었지만 마냥 묵혀둘 수 없는 주제였습니다. 올들어 EU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올해 안에 헌법을 통과시키겠다"며 다시 끄집어낸 것이죠.

EU 헌법안에 대한 논란은 `EU의 성격`에 대한 의견이 상당히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국의 경우 EU를 각 국가의 느슨한 연합체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고 벨기에의 가이 페어호프슈타트 총리는 한술 더 떠서 각각의 세금제도와 군대를 갖춘 유럽 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 형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EU는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통합을 이뤄낸 것 같습니다. 2002년 도입된 유로존 단일 통화인 유로화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세계 기축통화 자리를 넘보고 있습니다. 당시 1달러로 출범한 유로화는 현재 1.33달러 수준으로 올랐고 유통량 면에서도 달러화를 능가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통합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민족주의 양상을 보이고 있고 글로벌화에 대한 두려움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수백만명의 이슬람교 이민자들과의 갈등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EU 가입후 유럽인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더 떨어진 듯 합니다. FT와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 인터랙티브사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5개 EU 가입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4%가 EU 가입후 삶이 악화됐다고 답한 반면 EU 가입후 삶이 개선됐다는 답은 25%에 불과했습니다.
 
단기간 내에 몸집이 거대하게 불어나는 바람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는 EU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예전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지는 50회 생일을 맞은 유럽대륙의 숙제이자 세계의 관심이기도 합니다.    
▲ EU 가입국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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