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는 노인정신건강연구소에서 박사과정 도우미 일을 시작했고, 이벤트 업체에서 대학생 마케터 활동도 하고 있다. 조씨는 “틈나는 대로 영어공부도 해야 하고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시간이 없어 갑갑하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 조씨처럼, 쉬는 것을 두려워하는 ‘공휴족(恐休族)’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대졸 ‘이태백’(20대 실업자를 일컫는 속어) 문제가 심각해지자, 취업 불안감에 사로잡힌 재학생들까지 휴일이나 방학에도 쉬지 않고 학업 외에 3~5개 활동을 동시에 하는 ‘바쁨 중독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영어와 제2외국어 공부는 기본이고, 각종 아르바이트·봉사활동·기업 인턴십·자격증 취득 등 졸업 후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라면 마다 않고 뛰어들고 있다.
서울 A대에 재학 중인 김모(21)씨는 하루하루 빡빡한 일정을 이어간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그는 겨울방학 내내 오전엔 계절 학기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학생 과외 2시간, 토익 스터디 2시간, 학원 수강으로 2시간30분을 보낸다. 계절 학기 수업이 없는 날 오전에는 교내 동아리에서 3시간씩 디자인 공부를 한다. 점심시간은 교수님을 도와 광고회사에서 들어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저녁 10시 집에 돌아오면 새벽 2~3시까지 패션 일러스트나 포트폴리오 작업에 몰두한다. 김씨는 “잠을 줄여서라도 일을 하고 있어야만 (장래가)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취업 불안·강박증 심각
2006년 대학생지식포털 캠퍼스몬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55%가 영어학원 수강 등 취업을 위한 사교육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07년 대학졸업예정자 13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복수 전공자 비율만 23.7%, 해외어학연수 경험자는 33.1%에 달했다.
2006년 하반기 산학협력민관협의기구가 운영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 수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7% 증가했다. 연세대 상담센터 정승진(43) 전임 상담원은 “남들이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자기만 노는 것을 초조해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취업 불안과 강박증을 토로하는 상담 학생이 작년보다 3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양윤 교수는 “막연한 취업 걱정으로 장황하게 여러 일을 벌이는 것보다 구체적 목표를 정하고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