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앞에서 시작된 인터넷 신화`..잭 마

  • 등록 2005-08-16 오후 3:44:09

    수정 2005-08-16 오후 4:06:10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삼수 끝에 힘겹게 사범대학에 입학, 평범한 영어 교사로 5년을 살아온 한 남자가 있다. 깡마른 몸매에 5피트(153cm) 단신인 그 중국인은 한 기업의 채무 상환을 도우러 미국에 갔다가, 채무자에게 2일간 감금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한다.

그러나 채무자의 다소 황당한 요구로 인터넷의 `i`자도 모르던 그가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게 됐고, 중국 인터넷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업계 거물로 거듭나게 된다. 이 헐리우드 영화와 같은 사연을 지닌 인물은 바로 알리바바 닷컴의 최고경영자(CEO)인 잭 마(Jack Ma,40)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이베이 등 세계 굴지의 인터넷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노리는 가운데, 야후는 알리바바 닷컴에 지난 주 17억달러를 베팅하며 중국 인터넷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야후와 손잡은 알리바바 닷컴은 단숨에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급부상했고, 창립자 잭 마는 `중국 인터넷의 시조`라 불리우며 업계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이메일 송수신 외엔 컴퓨터에 대해 아는게 없다`는 문외한이 세계 인터넷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남기게 된 것.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야후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잭 마 알리바바 닷컴 CEO의 영화와도 같은 성공 스토리를 조명했다.

◆영어교사, 인터넷 세상에 입문하다

중국 항저우에서 나고 자란 잭은 두 번의 실패 끝에 항저우 사범대학에 입학했다. 영어에 매우 능숙했던 그는 1988년 졸업 후 약 5년간 교편을 잡았으며, 그동안 번역 대행사를 설립하는 등 기업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왔다.

그가 인터넷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단순한 우연이라 하기엔 다소 기괴하다. "내가 인터넷 사업을 하게 된 과정은 마치 헐리우드 영화 같다"고 잭은 말한다.

1995년 잭은 한 중국기업이 미국 합작사로부터 채무를 상환 받는 것을 돕기위해 통역사로 미국을 방문하게 된다. 채무자의 상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말리부 저택을 방문했던 잭은 오히려 총기로 위협을 받고 이틀간 감금 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 채무자는 잭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중국 사업 파트너가 돼 줄 것을 요구한다. 당시 인터넷 작동법도 몰랐던 잭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인터넷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약조를 하게 된다.

채무자에게 풀려나 친구가 있는 시애틀로 날아간 잭은 야후에 `맥주`와 `중국`을 검색해 보지만 검색 결과는 `없음`. 그는 중국기업들을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겠다는 소명의식을 품게 되고, 2000달러를 대출해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 `차이나 페이지스(China Pages)`를 설립했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기업들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기 시작한 잭은 웹에 처음 연결하던 날 친구들과 TV 관계자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3시간 반의 기다림 끝에 홈페이지의 절반이 화면에 떴다.

"우리는 술을 마시고 TV를 보고 카드 놀이를 하면서 홈페이지 화면이 뜨기를 계속 기다렸다. 세 시간 반 만에 그것도 화면의 절반 밖에 뜨지 않았지만, 난 인터넷의 존재를 증명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 무척 자랑스러웠다"

◆비약적 발전과 시련

잭은 이후 차이나 페이지와 국영 통신사의 합작사를 설립하고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부에서 비영리 전자상거래 벤처 업무를 맡는 등 인터넷 관련 업력을 쌓아간다. 그리고 1999년 2월 항저우의 자택에서 친구들과 주머니에 든 돈 6만달러로 알리바바 닷컴을 설립했다.

그러나 소박하게 출발한 회사는 단 6개월만에 골드만삭스와 몇몇 벤처 회사들로부터 50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곧이어 손정의가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무려 2000만달러를 투자 받게된다.

초기 5년간 알리바바 닷컴은 사실상 매출 모델이 없었고, 종종 기업들을 돕기 위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0년과 2001년 인터넷 버블이 붕괴됐을 때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2003년 사스로 직원들이 자택에 격리됨에 따라 업무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베이가 중국 최대 인터넷 경매업체 이치넷(Eachnet.com)을 인수하던 2003년 잭과 소프트뱅크는 이윤 창출을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중국 경매시장에서 이베이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는 `타오바오 닷컴(Taobao.com)`.

이치넷과 타오바오는 격렬한 밥그릇 싸움에 나섰고, 타오바오는 무료 서비스로 손실을 감내하며 이베이의 고객을 빼돌렸다. 알리바바는 초기 무료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지지를 충분히 얻는다면 이후 유료서비스로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기대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성공 그리고 미래

잭의 숭배자들은 그가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는 법을 잘 알고있는 영악한 세일즈맨이자 재치있는 마케터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들조차 야후로부터 1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들일 것은 미처 기대하지 못했다.
 
야후는 지난 9일 10억달러에 알리바바 닷컴의 지분 40%를 인수하고, 7억달러에 달하는 야후 차이나 경영권을 알리바바 닷컴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잭 마와 그의 경영진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표현한 것.

최근 몇년 간 야후 뿐 아니라 이베이 또한 알리바바에 군침을 흘려왔다. 그러나 잭은 이베이를 선택했고, 다수 전문가들은 "그 선택이 현명했다"고 말한다.

반면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알리바바의 성공은 과장됐으며 잭은 실적보다 마케팅에 신경을 쓰는 인물이라고 비난한다. 홍콩 B2B 업체인 글로벌 소스의 멀리 핀리치 회장은 "우리의 계산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제시하는 수치들을 과장돼 있는 거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수익 창출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중국 아카데미 오브 소셜 사이언스의 루 벤푸 연구원은 "지금 알리바바가 직면한 도전은 B2B, 옥션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모두 잘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잭은 기업공개(IPO) 없이도 중국 내 가장 힘있는 CEO 반열에 올라섰으며,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차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리바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B2B 기업들은 망했지만 그것은 대기업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우리는 철저히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이윤을 내도록 돕고있다"

알리바바 최고재무경영자(CFO)인 조셉 쓰이 역시 "알리바바의 수익성을 문제 삼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알리바바의 B2B 사업만도 작년에 2500만달러의 현금을 창출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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