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까지 나섰다…올림픽 '민폐' 관중에 "예의 갖춰라"

中선수간 대결 여자 탁구 결승서 한쪽만 응원해 눈총
국제사회 비난 쏟아지자 국영 언론 통해 내부 단속
SNS 계정 영구 차단, 명예훼손 댓글단 여성 체포 등
  • 등록 2024-08-08 오전 11:54:57

    수정 2024-08-08 오전 11:53:4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2024 파리올림픽에서 중국 관중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들을 연출하자 중국 정부까지 단속에 나섰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탁구 단식에서 은메달, 금메달, 동메달을 받은 쑨잉사(왼쪽 첫번째), 천멍(가운데), 히나 하야타(오른쪽 첫번째)가 3일(현지시간) 시상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7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영언론을 통해 파리올림픽에서 자국 선수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격적인’ 팬이나 관중을 상대로 “예의바르게 행동하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중국 관중들의 ‘민폐’ 행위는 올림픽 초반부터 구설수에 올랐지만, 지난 3일 중국 선수들끼리 맞붙은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결승전을 계기로 비판 여론이 폭발했다. 세계 순위 4위인 천멍(30)과 1위인 쑨잉사(24)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중국 관중들은 쑨잉사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같은 국가 출신 선수인데도 천멍이 서브를 하거나 점수를 따면 야유를 쏟아냈고, 급기야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하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천멍이 시상대에 오를 때에도 대다수 관중들은 쑨잉사의 이름을 연호했고, 천멍을 향해서는 야유를 보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쑨잉사를 지지하거나 천멍의 승리를 비난하는 글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천멍이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가짜뉴스부터 천멍이 쑨잉사에게 금메달을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천멍을 향한 인신공격성 글이 상당수 게재됐다.

이러한 행위들은 국제사회에서 큰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전 세계적으로 눈총을 사게 되자 결국 중국 국영 매체들은 “부적절한 행위다”,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며칠 동안 왜곡된 팬덤 현상을 비난하는 특집 기사를 연이어 게재했다. 신화통신은 “유해한 팬들이 중국 선수들의 훈련과 경쟁뿐 아니라, 중국 스포츠에 대한 평판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상하이데일리는 SNS 플랫폼과 스포츠 협회 등을 상대로 “악의적인 행동에 대해선 엄격한 정책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정부가 단속에 나서자 웨이보 등 중국 SNS 플랫폼들도 “부정적인 여론을 퍼뜨리고 갈등을 조장한다”며 수만개의 게시물을 일괄 삭제하고 800개가 넘는 계정을 영구 차단했다.

한 29세 여성은 명예훼손성 댓글을 달았다는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중국 공안 당국은 “악의적으로 정보를 조작하고 다른 사람들의 명예를 노골적으로 훼손해 사회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체포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숭배’하는 왜곡된 팬덤 현상이 수년간 지속돼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 올림픽 위원회와 중국체육총국은 지난해 말 공동 성명을 내고 “스타에 대한 잘못된 애정으로 일부 팬들이 충동적으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 “공공질서와 선량한 풍속, 스포츠맨십과 사회 규범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BBC는 “중국 정부는 올림픽 전부터 극성 팬덤 문화를 경계했다. 팬들이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촬영하면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치는 가장 최근의 단속 사례”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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