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평양공연공동취재단] K팝이 북한도 사로잡았다. K팝 아이돌 그룹으로는 북한에서 16년 만에 공연한 걸그룹 레드벨벳 무대에 북측 관객은 예상 밖의 호응을 보여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레드벨벳을 언급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레드벨벳은 1일 오후 6시 20분(평양시간·서울시간 오후 6시 50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해 히트곡 ‘빨간 맛’과 ‘배드 보이’를 선보였다. 관객들은 레드벨벳의 무대에 박수를 치며 열띤 반응을 보였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도 보여줬다.
레드벨벳 멤버들도 예상치 못한 북한 관객 반응에 반가움을 나타냈다. 공연이 끝난 뒤 멤버 예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를 쳐주고 노래를 따라 불러줬다”며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웬디는 “관객 반응이 없더라도 우리 노래를 보여드리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은 K팝을 ‘남조선 날라리풍’이라는 이유로 배격해왔다. 이번 공연에 가수 싸이의 출연을 추진했지만 북측에서 난색을 표한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공연에서는 과거와 달리 경직되지 않은 모습을 모여 눈길을 끌었다.
‘봄이 온다’라는 소제목과 함께 마련된 이날 공연은 오후 8시 30분까지 2시간 10분 가량 진행됐다. 예술단에 참여한 11팀의 가수와 아티스트들은 26곡을 열창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정은 위원장도 부인 리설주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출연진을 불러 일일이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우리 가수들이 단체로 평양에서 공연한 것은 2002년 9월 ‘MBC 평양 특별공연’ 이후 이번이 16년 만이다. 단독 공연으로는 2005년 조용필의 평양 단독 콘서트 이후 13년 만이다. 우리 예술단은 오는 3일 오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할 예정이다. 북한 예술단과의 남북 합동공연으로 약 2시간 동안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