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게 대(對) 중국 불행의 시작이었다. 결과는 대참패였다. 중국은 쉽게 시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도시를 공략하면 자연스레 브랜드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고객과의 접점도 더 넓히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중국의 광활함은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사회주의 분위기가 팽배한 중국 정부도 까다로웠다. “딱히 전략이랄 게 없었지요. 왠지 모르게 중국을 잘 안다는 오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삼성 한 임원의 회고다.
지난 20년 삼성이 마음먹고 공략했음에도 쉬이 뚫지 못한 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콧대 높은 미국·유럽이 삼성을 “샘숭!”이라 부르며 진가를 알아봤지만 중국만은 예외였다. 삼성 TV의 중국 점유율은 현재 4~5%에 불과하다. 30% 수준인 미국과 비교도 안 된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14%. 30%가 넘는 세계 점유율의 절반도 못된다.
다만 중국 공략이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 사업에 대한 삼성의 논리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현지 업체들이 워낙 강하잖아요.” 삼성이 얘기하는 그 현지 업체는 이젠 하나둘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업체가 되고 있다. TV·휴대폰·디스플레이 등 주력 업종은 물론 비전자 부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싸구려’라고 무시하면서도 결국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전사적으로 따져볼 때가 됐다. 어느덧 중국을 뚫지 못하면 세계를 장악했다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