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의 對中 20년 도전기

삼성의 對中 20년, 美 등 선진국 비해 고난의 연속
中 이미 세계 최대시장 부상..고전 이유 잘 따져봐야
  • 등록 2012-11-12 오후 2:59:24

    수정 2012-11-13 오전 11:22:4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20년 전인 지난 1992년. 역사적인 한·중 수교 이후 삼성은 바삐 움직였다. 가깝고도 드넓은 중국은 그야말로 군침이 절로 도는 시장이었다. 삼성전자(005930) 한국총괄은 특히 분주해졌다. 한국에서 난다긴다 하는 ‘에이스’로 팀을 꾸려 중국에 급파했다. 의욕에 찬 그들은 거점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영업전을 펼쳤다. 한국에서 두루 통하던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게 대(對) 중국 불행의 시작이었다. 결과는 대참패였다. 중국은 쉽게 시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도시를 공략하면 자연스레 브랜드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고객과의 접점도 더 넓히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중국의 광활함은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사회주의 분위기가 팽배한 중국 정부도 까다로웠다. “딱히 전략이랄 게 없었지요. 왠지 모르게 중국을 잘 안다는 오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삼성 한 임원의 회고다.

지난 20년 삼성이 마음먹고 공략했음에도 쉬이 뚫지 못한 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콧대 높은 미국·유럽이 삼성을 “샘숭!”이라 부르며 진가를 알아봤지만 중국만은 예외였다. 삼성 TV의 중국 점유율은 현재 4~5%에 불과하다. 30% 수준인 미국과 비교도 안 된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14%. 30%가 넘는 세계 점유율의 절반도 못된다.

삼성이 이처럼 중국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까닭은 중국 정부의 자국 업체 보호가 주요인이긴 하다. 특히 관세인상 압박은 중국 정부의 주특기다. 최근 삼성이 중국 본토에 공장을 짓고 있는 LCD가 대표적이다. 관시(관계)를 중시하는 독특한 상거래 관행도 무시할 수 없다.

절치부심(切齒腐心). 이젠 오너가 직접 나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얼마전 홍콩 청콩그룹의 리카싱 회장을 직접 만난 것도 만리장성을 우회적으로 넘기 위한 전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차기 국가주석으로 내정된 시진핑 등 차기 권력과 자주 접촉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래서 “향후 이재용 시대 삼성의 1순위는 중국”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다만 중국 공략이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 사업에 대한 삼성의 논리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현지 업체들이 워낙 강하잖아요.” 삼성이 얘기하는 그 현지 업체는 이젠 하나둘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업체가 되고 있다. TV·휴대폰·디스플레이 등 주력 업종은 물론 비전자 부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싸구려’라고 무시하면서도 결국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전사적으로 따져볼 때가 됐다. 어느덧 중국을 뚫지 못하면 세계를 장악했다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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