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춘동기자] "성공적인 IT통합이 진정한 원뱅크(One Bank)의 관건입니다” 최근 일본의 최대 합병은행인 미즈호뱅크가 전산통합의 실패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아직까지 완전한 복구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금융구조조정과 함께 금융기관간 합병이 여러 차례 진행됐다. 이와 관련, 소매금융 시장의 공룡은행으로 등장한 국민은행이 거대한 실험을 진행중이다. 지난 1월 실제적인 통합조직을 꾸린 후 불과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단일시스템으로 IT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은행들이 통상적으로 2~3년의 여유를 가지고 통합작업을 진행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촉박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은행은 일단 가장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 기술적으로 전산통합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옛 주택은행 시스템을 합병은행의 주전산시스템으로 결정하면서 일시적인 반발이 있었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조직통합을 마무리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단일시스템으로의 이행결정이 이처럼 쉽게 이루어진 것은 놀라움에 가깝다.
국민은행의 서재인 부행장은 이런 실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민은행 CIO(Chief Information Officer)를 맡고 있는 서재인 부행장은 30년 가까이 전산업무를 경험한 전형적인 전산통이다. 국내 은행권 CIO 가운데 외부영업 사례를 제외하면 은행 전산부 출신으로 CIO에 오른 것은 서 부행장이 처음이다.
오는 9월 추석을 기점으로 단일시스템으로 이행하는 국민은행의 IT통합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국민은행 전산통합 작업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서재인 부행장을 만나 IT통합 준비상황 및 합병은행의 경쟁력을 위한 IT전략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국민은행 서재인 부행장과의 일문일답.
-실제적인 전산 조직통합 후 3개월 가량이 지났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까지 국민과 주택간 시스템에 대한 갭(GAP) 분석작업을 마치고 4월말까지 통합시스템에 대한 업무요건 정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6월 중순까지 통합시스템의 설계 및 개발, 데이터 이행을 마쳐 실제적인 통합시스템의 개발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후 실제 통합시스템 가동일인 9월22일 추석연휴까지 3개월 동안 영업점 업무적용을 비롯한 각종 테스트를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IT통합을 위해 500여명에 이르는 국민은행 직원은 물론 시스템 사업자인 한국IBM을 비롯해 맥킨지, KPMG 등 컨설팅펌의 전문인력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협업위원회를 구성해 합병은행의 업무요건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으며, 통합사후관리팀이 통합작업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합병 후 전산조직 통합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두 전산센터에서 혼합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상대방 업무를 이해하기 위한 업무 설명회도 개최하고 있다. 이전의 상호 비방과 갈등 요소는 현재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단일시스템으로의 이행을 과감하게 강행한 김정태 행장의 선택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통합일정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물론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합병은행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전산통합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진정한 원뱅크의 모습을 위해서는 전산통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본부조직은 통합운영되고 있지만 영업점은 아직도 듀얼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고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상품판매와 고객관리도 따로따로 이루어지고 있다.
IT통합이 이뤄져야 고객관리와 서비스, 점포통합은 물론 인력재배치가 가능하며, 국민은행으로의 브랜드 통합도 가능해진다. 애초 우려됐던 `시스플렉스(병렬처리시스템)` 적용도 옛 국민은행 직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다. 두 은행의 시스템과 OS 및 단말기 기종이 동일한 것도 순조로운 합병작업을 위해 매우 유리한 부문이다.
-올해 투자항목과 규모는.
▲전체적인 투자규모는 4000억원 가량이다. 전산통합 비용과 함께 단말기, 자동화기기, PC, 서버 등 대대적인 노후기기 교체비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대전에 1700석 규모의 콜센터 구축도 진행중이다. 4월초부터 신규 시스템 개발 작업을 완전히 중단하고, 전산통합 작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김정태 행장이 신시스템 구축을 위해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월드베스트를 지향하는 국민은행이 지향하는 IT모델은.
▲합병 국민은행의 통합시스템은 초당 1000건, 하루 3500만건의 처리용량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의 하루처리 용량은 하루평균 2000만건이다. 전산통합이 마무리되면 세계적으로도 드문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시스템이 탄생하게 된다. 경영정보시스템과 고객관리시스템 부문에서도 국내 어떤 은행보다 뛰어난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반면 월드베스트를 지향하는 국민은행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은 옛 주택은행이 추진하던 EDS의 ‘핀웨어’라는 모델을 중심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현재 IT통합과는 별도로 차세대시스템 관련 팀을 구성해 스터디와 자료수집, 적용가능성 등의 다양한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며, 통합이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인 개발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새로운 시스템은 다국적 영업을 위한 다양한 통화와 언어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컴포넌트 개발방법론을 적용해 개발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게 된다. 이미 개발된 모듈을 바탕으로 신상품을 조립하는 방식을 적용해 다양한 상품을 빠른 시간 안에 개발할 수 있게 된다. 고객입장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어떤 도구로도 은행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원투원으로 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금융, 신한지주사 등이 지주회사 이행 및 금융겸업화에 대비해 다양한 금융업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은행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또한 전산부문에 대한 자회사 분리 문제는 고려하고 있나.
▲구체적으로 지시 받은 내용이 없다. 일단은 통합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통합시스템은 추가개발을 통해 다양한 금융업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축될 것이다. 또한 국민은행이 준비중인 차세대시스템은 모든 금융업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발될 것이다.
자회사 분리문제도 전산통합 후 고려될 수 있지만 지금 현재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IT 경쟁력이 곧 은행 경쟁력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의 CIO로 취임한 지 3개월이 지났는데 소감은.
▲어깨가 무겁다. 현재 다른 생각은 전혀 없다. 두 은행 직원들의 융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 지상과제인 전산통합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에게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이를 선도할 수 있는 오픈마인드를 가지도록 강조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이 IT통합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무사히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서재인 부행장 약력
1947년 전남 광양 출생
1965년 광주제일고 졸업
1970년 서울대 상학과 졸업
1973년 국민은행 입행
1994년 관악지점 지점장
1997년 정보시스템부 부장
2001년 북부지역본부 본부장
2002년 국민은행 집행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