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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로 ‘포스트 이건희 시대’ 1년을 맞는 삼성이 본격적인 ‘뉴삼성’ 실현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를 위해 올해 8월 가석방 이후 말 그대로 ‘잠행 모드’로 일관해왔던 이재용 부회장이 대내외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란 게 재계 전반의 전망이다. 지난해 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 최후진술에서 언급했던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는 게 진정한 의미의 효도) 경영의 시동을 걸 때라는 얘기다.
녹록잖은 대내외 환경…JY 경영 전면 나서나
작년 10월 고(故) 이건희 회장 작고 이후 이 부회장은 제대로 된 경영활동에 나서지 못했다. 올해 1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을 찾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뉴삼성’ 혁신을 강조했지만, 이후 단 2주 만에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207일간 영어의 몸이 됐다. 올 8월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취업제한 논란 속에 경영전면에 나서길 꺼렸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적극 추진 중인 ‘청년희망ON’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유일한 대외 일정이었다.
당장 탈(脫) 탄소·반도체 대전 등 글로벌 산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지난 8월 말 내놓은 시스템 반도체·바이오·5G 차세대 통신·인공지능(AI)·로봇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골자로 한 미래 투자에 대한 큰 그림을 구체화해 실행에 옮겨야 하는 처지다. 비록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고 있으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미국의 인텔·대만의 TSMC 등 경쟁사들이 앞다퉈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에 나선 상태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선 건 2017년 9조원을 들인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올 5월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약속한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공장 증설 부지 선정도 이 부회장이 직접 결정해야 할 문제다.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 후보지로 급부상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내달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영국 유력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최첨단 반도체 패권을 노린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 부회장이 잘 나서지 않으려 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지만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자비한(ruthless)’ 면모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TSMC와 대적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대표기업이 되려면 이 부회장이 빠른 시일 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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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무노조 경영 철폐를 선언한 이후 첫 교섭에 돌입한 삼성전자 노사관계 정립도 이 부회장이 정면 돌파해야 하는 사안이다. 노조는 △전 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자사주 1인당 107만원 지급 △코로나19 격려금 1인당 350만원 지급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매년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삼성의 얼개는 올 연말께 나올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사업에 더 많은 인재를 투입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의중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