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회장 “車 부품업계 앞으로 어떻게 버틸까” 우려

제3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
완성차→부품업체 위기론 역설
  • 등록 2019-07-04 오전 10:09:00

    수정 2019-07-04 오전 10:09:00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부품회사를 정리할 생각을 하는 CEO(최고경영자)들이 늘고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서 “부품업체 순회 간담회를 해봤더니 앞으로 1~2년을 어떻게 버텨갈 것인가가 문제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의 부진에 따라 부품업체도 줄줄이 위기에 처했다. 정 회장은 “완성차업체들의 높은 임금수준과 유연성 부족을 높은 기술력은 물론 완성차대비 상대적 저임금과 노동유연성을 발휘해 경쟁력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줬다”며 “완성차업체들의 국제 경쟁력을 뒷받침하며 튼튼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부품업체들이 어려움에 부닥쳤다”고 위기론을 역설했다.

실제 부품업계는 더욱 어려워진 환경에 처한 상황이다. 9000여개의 부품사 가운데 2013년 898개에 달하던 1차 협력사는 지난해 831개로 67개사가 줄었다. 작년에만해도 20개사가 없어졌다. 2014년 78조원에 이르던 부품사 매출액은 2018년 71조원으로 약 10%(7조원)가 줄었다.

정 회장은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은 르노, GM 등의 세계적 업체들이 우리나라를 떠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알려졌다”면서도 “완성차업체의 생산량 둔화로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급속한 상승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경쟁력이 약화하고 완성차업체들의 글로벌 소싱을 확대하면서 다시 일감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또 부품업계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라는 자동차 산업의 변혁기에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정 회장은 “업체들은 신규시장개척,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외국인 근로자 활용, 스마트공장 도입 확대 등으로 대응해가고 있으나, 한꺼번에 닥친 임금, 근로시간, 금융, 인력 애로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부품업계가 미래 투자는 아예 방향을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부품업계는 정부정책의 불확실성, 미래 자동차산업의 향방, 노동관계법의 잦은 개정, 최저임금의 높은 변동성, 빈번한 노사분규와 인력문제 등으로 방향도 정하기 어렵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어려움에 규제강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우리 국회의 입법건수는 연간 약 1400건(20대 국회)에 달하며, 미국 221건(115대), 영국 36건, 일본 연간 84건(제3차 내각)에 비해 무려 6∼38배에 이르면서 대량 입법으로 규제가 늘어나고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 갈등에 이어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정 회장은 “우리에 대한 부품소재 수출규제가 확대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규제가 확대되는 경우에는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 강화 등 민관 협조가 긴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부품업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리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근로자 측이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 약 20% 인상 안에 대해서는 아예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이날 ‘자동차 부품산업의 현황과 발전과제’를 주제로 제3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수준을 진단하고, 부품산업이 당면한 과제와 애로사항, 대책건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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