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서 펄펄나는 국내 의료 레이저 업체들의 비결

루트로닉, 세계 최초 황반질환 치료기기 개발
매출 20~30% 연구개발에 투자
  • 등록 2016-07-12 오전 11:13:17

    수정 2016-07-12 오후 3:46:46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국내 의료용 레이저 업체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특히 의료 레이저분야는 국내 시장에서조차 외면받던 국내 기업들이 높은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시장에서 외국기업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피부용에서 시작해 안과 기기로 발전

국내 최대 의료용 레이저 기기 업체는 루트로닉(085370)이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3년 511억원에서 매년 10% 이상씩 늘어 지난해 71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최근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가 안과시장이다. 이미 황반 치료용 레이저인 알젠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마케팅 임상 중이다. 당뇨병성 황반부종과 중심성장액맥락망막병증으로 국내와 유럽에서 허가받았다. 황반은 눈의 중심부에 있는 중심 시각을 담당하는 부위로 손상될 경우 실명할 수 있다. 알젠은 황반에서 문제가 되는 세포만을 제거하고 새로운 세포의 재생을 유도해 시각을 개선한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회사는 원텍이다. 원텍은 개그맨 박명수가 모델로 나섰던 헬멧형 탈모치료기 ‘헤어빔’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레이저 기기외 초음파, 고주파 등 다양한 의료기기를 세계 5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170개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기술력이 탄탄하다. 세계 최초로 2가지 매질을 이용한 레이저를 개발하기도 했다.

제이시스메디칼은 피부과 필수장비로 여겨지는 기기들을 하나로 합친 ‘3 in 1’ 기기를 만들었다. 이 회사가 만든 울트라셀은 피부 리프팅에 쓰는 하이푸(고집속 초음파), 마이크로 니들 장비인 인트라셀, RF 에너지를 분획 조사하는 인트라젠 등 피부과에서 많이 쓰는 기기 세 가지를 하나로 합친 통합장비다.

국내 중소 레이저기기업체인 레이저옵텍은 지난달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에 혈관, 제모용 레이저치료기 ‘히페리온(Hyperion)’을 수출했다. 구강암 환자들은 암수술 후 수술한 부위에 새 피부를 이식하는데, 처음부터 구강에 있던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털이 자란다. 이 불필요한 털을 없애는 데 쓰는 히페리온은 펄스 지속 기간을 0.3ms에서 300ms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레이저 조사크기도 2~20mm로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또 조사 시간을 피코초(1조분의 1초) 단위로 줄인 레이저, 건선 같은 고체형 피부질환용 레이저 등 다양한 레이저장비를 개발해 세계 5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연구원이 직접 회사 만들어 기술력 탄탄

국내 의료용 레이저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높은 기술력에 있다. 그 근간에는 레이저를 직접 연구하던 공학도나 레이저에 이해가 깊은 사람들이 이들 회사를 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레이저업체의 맏형 격인 루트로닉의 황해령 대표는 예일대 전자공학과로 입학해 경제학과로 졸업해 공학과 경제성의 이해가 높다. 레이저옵텍의 주홍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출신이다. 이 회사는 키스트의 학내 1호 벤처 기업이기도 하다. 원텍의 김종원 회장은 영남대 공학박사 출신이다.

이들 기업은 기술 개발을 위해 무엇보다 연구·개발(R&D)을 중시한다. 매출의 70%를 수출이 차지할 만큼 외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루트로닉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0~30%에 이른다. 원텍도 매출의 10~15%씩 꾸준하게 R&D에 투자하고 있다.

박은수 순천향대부천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용에 대한 수요가 높아 레이저 장비의 산학연계가 잘 돼 있다”며 “후발주자였지만 끊임 없는 연구개발로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중국, 동남아, 중동 등 신흥국가에서 국내 제품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레이저 치료기기 수출 실적 추이.(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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