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급성 백혈병 합병증으로 숨진 판사..과로사"

故이우재 부장판사, 급성 백혈병 합병증인 패혈증으로 사망
유족,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 보상금 신청했으나 반려돼
1심서 원고 승소했다가 항소심서 패소…대법서 다시 뒤집혀
  • 등록 2016-06-28 오전 11:01:52

    수정 2016-06-28 오전 11:01:52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급성 백혈병과 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숨진 현직 부장판사의 사망 원인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8일 권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보상금 부지급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고(故) 이우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2012년 10월부터 입술이 마르면서 혓바늘이 돋거나 잦은 기침으로 괴로워했다. 그해 12월엔 보름 가까이 열이 났는데 해열제만 복용하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이 부장판사는 이듬해 1월 양쪽 다리에 통증을 느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해당 병원은 검사 결과 이 부장판사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동반한 괴사성 근막염(피부가 붉게 붓고 통증과 세포염증을 동반한 괴사 증상) 때문에 패혈증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이 부장판사는 병원에 간 지 나흘만에 숨졌다.

이 부장판사의 유족인 권씨는 이 부장판사가 공무상 재해로 숨졌다며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 보상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때문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하거나 다른 질병으로 악화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권씨는 “이 부장판사가 과중한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다가 괴사성 근막염으로 악화돼 숨졌다”라며 “이 부장판사의 발병과 사망 원인이 업무 때문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공단은 유족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판단은 서로 엇갈렸다. 1심 법원은 “이 부장판사가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백혈병으로 숨졌다고 볼 수 있다”며 권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황병하)는 “이 부장판사가 과중한 업무나 스트레스 때문에 백혈병을 얻어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단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이 부장판사가 숨진 원인을 업무상 재해로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누적된 직무상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이 부장판사가 괴사성 근막염으로 악화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라며 “과로와 스트레스를 급성 백혈병의 발병 원인으로 보긴 어렵지만 이 부장 판사는 급성 백혈병 환자의 일반적인 생존 기간과 비교해도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숨졌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병원 진료기록에 따르면 패혈증 발병 원인을 과로와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괴사성 근막염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라며 “이 부장판사가 사망 직전 수행한 업무 내역 등을 비춰보면 상당한 업무상 과로가 누적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는 이유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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