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쇼크]②장기화 대비한 식량주권 확보 시급

신규 수요에 정치 요인 겹쳐..기상이변도 큰 몫
미개발지 경작 및 증산정책 등 필요
  • 등록 2012-07-12 오후 2:00:15

    수정 2012-07-12 오후 2:00:15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역사적으로 곡물파동은 수차례 주기적으로 있어 왔다. 가장 최근인 2008년을 비롯, 1973년과 1981년, 1996년에도 곡물값이 폭등 사태를 빚었다.

문제는 곡물값 폭등 원인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전쟁이나 오일쇼크 등이 큰 원인이었다면 이제는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발전과 바이오 연료라는 새로운 수요가 겹쳤다.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 이후 농업 유인책이 사라지고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자국내 농산물 증산 요인이 감소하는 등 정치적인 요인도 더해졌다.

날씨도 곡물값을 널뛰기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곡물값이 들썩이는데는 미국과 러시아 등 대규모 농산국들의 폭염과 가뭄이 큰 이유다. 이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주요 곡물 수출국도 수개월간 가뭄에 시달리면서 재고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폭염과 가뭄은 저수온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라니냐 등의 영향도 있지만 지구 온난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 텍사스의 폭염과 태국 방콕 일대의 물난리, 11월에 영국에 따뜻한 날씨가 지속된 것 모두 라니냐 외에 지구 온난화가 미친 영향이 컸고 지구 온난화가 이상기후의 정도를 수십배 확장시켰다고 분석했다. NOAA의 톰 피터슨은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특정 기상이변을 꼬집을 순 없겠지만 기상이변이 나타날 확률과 정도가 더 확대된 것을 측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상이변 등의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곡물값 폭등을 야기하면서 향후 곡물가격 흐름은 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수요를 인위적으로 줄이기도, 기상이변에 강한 곡물이나 작황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모두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앞으로 10년간 국제 곡물 가격은 과거 10년에 비해 평균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유엔(UN)도 연례보고서에서 오는 2050년 90억명을 넘어서는 인구의 식량생산을 위한 친환경기술 개발에 매년 2조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곡물을 직접 생산하거나 재고 확보가 수월한 국가들의 경우는상대적으로 안심이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나라도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6.7%에 불과하다.주식인 쌀의 경우 자급률이 100%가 넘지만 밀과 옥수수 등은 대외 의존도가 심각한 편이다. 카길 등 세계 4대 곡물업체가 전 세계 곡물유통량의 80~90%를 차지하는 것을 봐도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에는 국내 공급량이 불충분할 경우 자국의 곡물 수출을 중단하는 식량 민족주의, 식량의 무기화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곡물 쇼크를 방지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해외 식량기지를 통한 토지확보와 미개발지 경작, 기술개발 투자, 국내 증산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실시 등이 필요할 것으로 조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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