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이 금품 수수에 성매매까지
한국도로공사 경남지부 과장 구 모(46) 씨는 지난 2005년 면허도 없는 공사업자에게 1억 원 상당의 철거 및 폐기물 공사 6건을 발주해 이에 대한 대가로 현금 300만 원과 함께 성매매까지 포함된 태국 호화 여행을 제공받았다.
구씨와 함께 호화 여행을 다녀온 도로공사의 또 다른 간부 이씨는 건설업자와 도로 포장재 아스콘 납품업자 등에게 각종 업무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4천여만 원을 받아 결국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지난 3개월간 공기업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은 24일 구씨나 이씨와 같은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공기업 직원 104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소속된 공기업은 한국석유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대한석탄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관광공사 등으로 대부분 거액의 예산을 만지는 곳이다. 지금까지 이들 가운데 37명이 구속 기소됐으며, 67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최재경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공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면서도 정작 내부 감시.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 직원의 비리는 소위 관리직급 공무원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근로복지공단의 말단 직원 하 모(35) 씨는 지난 2003년부터 3년간 산재보상금 구상금 3천만 원과 체당금 회수에 따른 경매 배당금 14억여 원 등 모두 15억원 가량을 횡령해 도박에 탕진했다.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하씨는 이 돈으로 주식에 투자해 6억 원 가량의 손실을 본 뒤 경마와 경륜, 로또복권 등에 돈을 쏟아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말단 직원의 3년에 걸친 횡령을 근로복지공단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지난 5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 결국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전혀 이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내부 견제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 눈 먼 돈…보조금 비리만 440억 원
국가 보조금 비리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보조금 비리와 관련해 183명이 입건되고 이 가운데 49명이 구속기소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440여억 원의 보조금이 부정 지급된 사실도 적발됐다.
심지어 담당 공무원까지 개입해 직접 보조금을 받아내거나 횡령을 도와준 사례도 드러났다.
최 기획관은 "보조금 수령만을 목적으로 부실한 사업 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부정지급으로 적발된 보조금을 모두 회수 조치할 계획이다.
검찰은 8월 말까지 공기업, 보조금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짓는 한편 공기업의 구조적 비리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제도 개선 권고 의견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