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섯번의 조사에서 다섯 차례나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절대적인 우위를 뽐내던 한신정평가는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최하위로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꼴찌를 면했다. 자체적으로 획득한 신뢰도 점수는 지난 조사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한신정평이 바닥을 깔아준 덕에 2위로 올라선 것.
<이 기사는 23일 오전 11시에 유료뉴스인 '마켓프리미엄'을 통해 출고된 기사를 재출고한 것입니다>
이데일리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실시한 제7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결과, 신용등급의 종합적인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 한기평이 3.40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한신평이 3.30점으로 2위를 차지했고, 지난 조사 1위였던 한신정평은 3.17점으로 가장 낮게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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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널리스트그룹 "한신정평, 믿었었는데..."
그 중에서도 점수가 가장 박해진 그룹은 크레딧 애널리스트. 이들이 등을 돌린 영향으로 회사채 업무비중이 높은 그룹의 한신정평에 대한 점수는 6회때의 3.44점에서 3.04점으로 뚝 떨어졌다.
자문위원들은 한신정평이 시장의 큰 신뢰에 부응하지 못하고 등급 관리에 느슨해진 모습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형성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망의 기저효과(base-effect)"라는 표현도 나왔다.
한 자문위원은 "한신정평이 워스트 레이팅에서 표를 많이 받은 기업들의 등급을 올려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대우건설이나 동부증권, 현대제철 등 눈에 잘 띄는 기업들의 등급 조정으로 시장 불만의 타깃이 됐다"고 말했다.
1년전 1위에 올랐다가 반년만에 자리를 내줬던 한기평은 이번 조사에서 다시 선두자리를 되찾았다. 크레딧 애널리스트(3.06점→3.22점)와 매니저 그룹(3.41점→3.52점)의 지지도가 고르게 개선됐고, 업무비중이 높은 그룹의 점수도 3.06점에서 3.21점으로 높아졌다.
지난 조사때 총점이 3점에도 미치지 못하며 크레딧 애널리스트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던 한신평은 이번 조사에서 점수를 소폭 만회,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업무비중이 높은 그룹의 경우 여전히 한신평에 가장 낮은 점수(3.02점)를 매기며 등급 신뢰도에 미지근한 지지를 보였다.
◇ 한신정평 보고서 만족도 꼴찌.."손이 안 가"
6회 조사때 3.54점이었던 한신정평 보고서에 대한 만족도는 이번 조사에서 3.40점으로 하락했다. 반면 최하위였던 한신평은 3.35점에서 3.47점으로 상향된 점수를 얻었다. 한기평 보고서에 대한 점수는 3.53점에서 3.59점으로 소폭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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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들은 한기평 보고서를 가장 자주 이용한다고 답했다. 전체 113명 가운데 3분의 1 수준인 38명이 한기평 보고서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꼽았다.
한신정평 보고서의 추락은 업무 비중이 높은 그룹에서 두드러졌다. 전체 응답자 중에는 32명이 한신정평 보고서를 택해 한기평을 선택한 응답자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회사채 업무비중이 높은 그룹에서의 비중은 6회 때의 46.2%에서 35.8%로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6회 때 43%로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크레딧 애널리스트 그룹도 이번 조사에서는 30%만이 한신정평 보고서를 자주 이용한다고 답하며 대거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전 조사때 27.5%였던 크레딧 애널리스트 그룹내 한기평 보고서 이용률은 이번 조사에서 37%로 확대됐다.
다른 자문위원은 “한신평이 새로 도입한 보고서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보고서의 설명력이 개선되었다”면서 "반면 한신정평은 보고서 내용의 업데이트가 느려 덜 보게 된다. 지난 이야기로 내용만 늘리면 뭐하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