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이머징마켓 몰아친 `美독감 바이러스`

  • 등록 2007-07-30 오후 4:27:16

    수정 2007-07-30 오후 4:34:04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다시 터진 `서브프라임 악재`에 미국 증시가 요동치고, 이에 연동돼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제 `올 것이 왔다`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각종 돌출 악재에도 건실했던 글로벌 증시의 행진이 멈출 수 있단 우려입니다. 이같은 `조정 불가피론`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특히 우리 증시를 포함한 이머징 마켓 증시가 받을 여파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걱정이라고 합니다. 국제부 김윤경 기자가 전합니다.

지난 주 후반 2거래일간 뉴욕 증시 상황은 참담했습니다. 지난 19일 다우존스 평균 지수가 1만4000선을 넘으며 강세장에 대한 확신이 더해지는가 했더니만, 26일과 27일 이틀간 폭락하면서 다우 지수는 1만3200선까지 물러났습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한 주간 5% 가까이 밀리며 4년여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주가가 더 오를지, 내릴지 헷갈려 하는 모습입니다.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속에서 이 조정이 추세적일 것이란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조정이 온다 하더라도 골이 별로 깊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맞서고 있습니다. 

이렇게 뉴욕 증시가 조정받자 이머징 마켓 증시는 더 가파르게 내렸습니다. 

▲ 지난 27일 이머징마켓 증시 하락률


26일 뉴욕 증시가 2.3%(다우지수 기준) 내리더니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인도 증시가 하루새 3% 이상 급락했고, 우리 증시와 대만 증시는 4% 이상 하락했습니다.
 
뉴욕이 재채기를 하니 이머징 마켓 증시는 독감에 걸려버린 격이었죠. 

조정이 더 간다면 걱정인데, 사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우선 주택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즉 서브프라임 모지기 대출 부실이 터지면서 금융기관들의 긴축 강도가 세지고 있고, 서브프라임보다 우량한 고객들에게 대출된 모기지 상품(alt-A)까지 부실이 확산될 조짐입니다. 
  
미국 경기 전반에 대한 전망 자체도 별롭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5분기래 최대폭을 기록했지만, 정부지출 확대 등에 기인했지, 미국 경제의 버팀목이랄 수 있는 민간 소비는 기여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이만한 속도론 하반기 미 경제가 달리진 못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관련기사 ☞ 美 FRB 화두는 이제 `물가`아닌 `성장`

전세계적으로 이제 긴축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만큼 전세계적으로 풍부했던 `쩐(유동성)`이 단박에 사그러들 것이란 걱정도 있습니다. 그 경우 시장을 떠받쳤던 차입매수(LBO) 건이 줄줄이 실패하거나 줄어들면서 다시 시장의 뒤통수를 치겠죠.

벌써부터 `영민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국채 등으로 갈아타고 있습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글로벌 자금흐름 역류하나.."안전선호 뚜렷"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던 이머징 마켓 증시가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이머징 마켓 증시는 5년여 기간동안 랠리를 보여 왔고, 2003년 56.3%, 2004년 26%, 2005년 34.5%, 지난해엔 32.6% 올라 지난 4년간 연 평균 상승률만 37%에 달합니다. 올들어 현재까지 모간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마켓 지수는 23% 상승, MSCI 월드 지수 상승률 6.4%의 4배 가까이 됩니다. 숨이 가쁠만도 하죠.

그러나 이머징 마켓 증시는 그동안에도 미국 증시가 잘 달릴 땐 더 힘받아 상승하다가도 미국 증시만 고꾸라지면 곧바로 더 급락해 버리는, 유독 `변덕이 심한` 장세를 보여 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 취약성이 다시 걱정되는 겁니다.

좀 과장된 건 아닌가 싶지만, 미국 경제주간지 배런스(Barrons)는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 위기로 미국 경제가 일시적으로 주춤했던 `아시아 독감(Asian Flu)`이 있었다면 10년 후인 지금은 미국발 악재에 아시아가 전염되는 `미국 독감(American Flu)`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더군요.

그러고 보면 `퀀텀펀드` 공동 창업자로 이머징 마켓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던 짐 로저스가 이미 지난 3월 중국을 제외한 이머징 마켓 증시 포지션을 정리했다는 소식을 그냥 넘길 건 아니었나 봅니다. 그는 이달 초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너무 심해진다는 이유로 이머징 마켓 자산은 거의 팔았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 `상품의 귀재` 로저스 "中 빼고 거의 팔았다" 
 
이런 소리를 듣자니 다시 10년전 기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어,어" 하는 사이에 폭삭 가라앉았던 주식시장과 요동쳤던 외환시장. 태국에서 불붙은 위기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우리나라로 순식간에 옮겨 붙었고, 러시아, 브라질이 무너졌습니다. 러시아에 대대적으로 베팅했던 헤지펀드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LTCM)가 98년 청산해 버렸고, 이는 안전자산 선호현상(flight to quality)을 불러 일으켰죠. 
 
하지만 10년전과 비슷한 위기감이 돌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때와 지금 이머징 마켓의 펀더멘털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똑같은 사태가 재발하진 않을 것이란 긍정론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미국 독감 바이러스를 이겨낼 만큼의 체질은 만들었단 설명입니다.
 
아르준 디베차 GMO의 이머징 마켓 증시부문 헤드는 "10년전과 비교해 이머징 마켓 경제는 현저하게 변했다"면서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어 환율을 관리할 유동성이 커졌고, 국내 소비 뿐 아니라 경제 성장 동인이 다양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이머징 마켓 증시 모두를 도매금으로 넘길 건 아닐 겁니다. 특히 우리 증시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아카디안 에셋 매니지먼트는 최근 이머징 마켓의 향후 5년간 연간 수익률을 7%로 하향 조정하긴 했지만, 우리나라와 대만 증시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술 기업들의 경우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밸류에이션이 확실히 싸고, 다른 증시에 비해 리스크가 낮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GMO의 디베차도 우리나라와 대만 증시를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정보기술(IT) 업체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침 30일 우리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중국 증시도 오르며 아시아 증시 분위기는 공포감 일색에선 일단 벗어난 듯 합니다. 미국에서 발발한 독감 바이러스가 과연 어디까지 파장을 미칠지, 조금 더 주의깊게 지켜볼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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