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측은 `구태 정치`, `살모사 정치`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두사람을 비난했다. 김·정 전의장도 `분열정치`, `편가르기 정치`라며 사생결단에 나섰다.
한때 참여정부를 탄생시키고, 한 대통령 아래 장관까지 지냈던 정치적 동지들이 5년만에 서로에게 분노하며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김근태 "노무현 지지자 피눈물을 봐라"
전날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라는 글을 통해 `수모`을 겪은 김, 정 두 전직의장은 8일 기자회견과 반박글 게재를 통해 노 대통령을 거칠게 비판했다.
김근태 전의장은 "노 대통령은 외부선장론을 거론해 당내 예비후보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고, 고건·정운찬씨를 품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낙마시켰는데 이것이야 말로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또 "당 해체를 주장하려면 나가라고 하는데, 누가 누구보고 나가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당적이 없는 대통령이 자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의장은 "새로운 당을 만들려는 것을 지역주의라 비판하지만 나는 단 한번도 지역주의와 인연을 맺어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노 대통령이야말로 일관되게 특정 지역에 매달려온 분 아니냐"고 노 대통령을 흔들었다.
정동영 "자기만이 옳다는 생각 버려라"
정동영 전의장은 홈페이지에 `편가르기 정치와는 결별해야 합니다`는 제목의 글로 반박했다.
정 전의장은 "무엇이 양심의 명령인가. 이념이 다른 정당과의 대연정을 모색하는 것이, 통합을 가로막는 편가르기의 정치가 양심의 명령인가. 지지 그룹의 목소리에,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는 것이 양심의 명령에 따른 것인가. 정의는 독점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배제의 정치, 편가르기의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반발이 증폭되는 가운데 노 대통령 측은 일단 차분해졌다. 노 대통령의 편지정치가 언론에 의해 다소 잘못 전달되고 있다며, 노 대통령 의중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촉구했다.
"통합 반대가 아니라 질서있는 통합이 옳다"
청와대는 `통합반대가 아니라 질서있는 통합`이라는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책임하고 무원칙하게 당으로부터 해체하자는 주장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발언을 회수하진 않았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무원칙하고 무책임한 당의 해체나 탈당"이라며 "당 지도부와 다수 의원들이 사력을 다해 질서있는 통합을 추진하는 마당에, 무작정 당부터 해체하거나 탈당하겠다는 것은 개인의 야심을 위해 당을 흔든다는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김, 정 前의장의 행동을 `개인 야심`으로 규정했다.
노대통령과 정동영 전의장은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 때부터 밀월관계를 맺은 사이다. 정 전의장이 `노무현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집권 1등공신이 됐다. 2004년 정 전의장은 통일부 장관에 발탁되면서 미래 대통령 후보로서 행정 경험을 쌓도록 노대통령이 배려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과 김근태 전의장도 애증이 교차한 관계다. 한때 "평소에 연모해왔다"(노 대통령이 김 전 의장에게), "우리 시대의 정치적 희망"(김 전 의장이 노 대통령에게)이라며 서로를 치켜세우던 관계는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개혁후보 단일화 방안을 둘러싸고 갈등관계로 바뀌었다. 노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김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을 지원하지 않아 불편한 관계가 본격화됐다.
2004년 김 전 의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그 해 노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자 김 전 의장은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해보자"고 말해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최근엔 한·미FTA 추진을 놓고 김 전 의장이 "FTA를 하려거든 김근태를 밟고 가라"고 했다.
한때 정치적 동지로서 후원하고, 경쟁하고, 갈등하던 이들 세 사람. 차기 정권 창출이라는 새로운 목표앞에서는 더이상 관계를 이어갈 구심력이 없다. 이번에는 상대의 기를 확실히 꺾지 않으면, 자신도 살 수 없음을 인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