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남규기자] 미국에서 시판 당시 찬반양론이 격하게 일었던 먹는 낙태약 RU486이 효과가 빠른 우울증 치료제로 부상하고 있다.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의 폴 루카센 교수 팀이 지난 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 신경학회 연차 총회에서 먹는 낙태약 RU486이 우울증을 약화시키는 데 빠르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고 10일(현지 시간) 전했다.
수많은 호르몬 반응 조직으로 가득한 뇌의 히포캄푸스(해마·海馬) 조직이 스트레스에 쉽게 파괴돼 우울증과 기억상실 등으로 이어진다. 루카센 교수에 따르면, RU486이 스트레스가 이 조직에 작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아주 빠른 효과를 낸다.
기존 우울증 치료제는 RU486과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지만 수주가 걸리는 반면, 낙태약 요법은 수일 또는 수시간만에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RU486은 의사의 처방 등 엄격한 조건 아래 미국에서 판매될 때 낙태 찬반론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논란이 됐다. 낙태 찬성 쪽은 조건이 구입 조건이 너 까다롭다고, 낙태 반대론자들은 '신의 섭리를 거역하는 약'이라며 격렬히 반대했다. 이 약은 여성이 임신한 지 49일 안에 먹으면 낙태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유방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