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너 간 5%성장 내년에는…

"올 5%성장" 자신하던 이부총리, 불가능 `시인`
"내년 5%성장 노력하면 된다".. 전문가들 "글쎄"


  • 등록 2004-11-19 오후 4:13:16

    수정 2004-11-19 오후 4:13:16

[edaily 박동석 김춘동기자]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밖으로 부진하게 나왔다. 4.6%라는 수치는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성적이다.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추석 경기도 있고 해서 3분기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4.8%정도는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밖이다”라며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5%성장을 낙관하는 정부에 대고 3~4%성장 전망을 잇따라 내놓던 민간경제연구기관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성장이 국내외경제기관들의 예측대로 부진의 늪에 빠져든 것은 수출증가율을 급속한 둔화와 고유가의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부총리의 지적대로 `밤장사도 잘 안되는` 등 비경제적인 요인도 가세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렇다치고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자존심 구긴 이부총리..올 5% 성장 불가능 `시인` 이 부총리는 19일 브리핑에서 처음으로 올해 5%대 성장이 어렵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이 4.6%에 그쳤으며, 4분기 성장률은 3분기보다 더 낮아질 것 같다"며 "올해 5%대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지고 있다”고 침통해 했다. 당초 정부는 추석특수에 따른 소비회복 등을 감안해 3분기 성장률을 4.8%로 전망했었다. 올초 "2분기말쯤이면 내수가 완만하지만 회복될 것"이라던 경기의 입춘절기론을 거론하던 이부총리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이날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동기대비 4.6% 증가해 전분기 5.5%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전체 성장률도 상반기 5.4%에서 3분기 5.1%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은 4분기 GDP 성장률이 4.5%를 기록하면 올해 전체로 5%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든 데다 대외 여건마저 악화되고 있어 4분기 성장률은 3분기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 부총리도 한국은행의 3분기 GDP 성장률 발표를 계기로 이런 전망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고유가 때문에..건설경기도 최악 이 부총리는 경제가 이렇게 된 첫번째 이유로 고유가를 지목했다. 그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 고유가였다”며 “그때(연초)로 봐서는 이라크사태가 진정국면으로 갔기 때문에 고유가 문제가 생기고 구조적인 문제로 장기간 지속되리라는 것은 당초 예상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그 외에 국내외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기본적인 성장패턴이나 회복의 움직임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속도가 둔화됐다는 판단”이라며 불가항력을 이유로 거론하기도 했다. 이부총리가 말하는 비경제적 요인은 9.23조치로 따로 불리는 `성매매방지특별법`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부총리가 고유가외에 성장을 둔화시킨 경제적인 요인으로 비중있게 거론하는 단골메뉴가 건설경기다. 그는 “건설투자가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증가세 둔화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며 “건설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빨리 오고 있는 게 아니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부총리는 초라한 경제성적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면목이 없게 됐다. 노 대통령은 이부총리를 팀장으로 한 경제팀의 전망과 정책을 근거로 지난 6월 국회 개원연설에서도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과장된 경제위기론을 잠재우는 것”이라며 경기비관론을 제기하는 국내외 민간 연구기관과 언론의 지적을 일축했었다. ◇내년이 더 걱정 지금까지야 그렇다치고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경제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2분기말쯤 살아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이부총리의 회고처럼 소비는 여전히 침묵중이다. 더욱이 건설경기는 건설수주가 6년래 최악의 상황을 기록할 정도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위축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급격한 환율절상과 세계 경제둔화로 그 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마저 크게 둔화될 조짐이다. 이 부총리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은행의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부정적인 경기전망을 쏟아냈다. 이 부총리는 "연말 경기도 비경제적 요인과 소비심리 위축 등을 미뤄볼 때 큰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건설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빠르고, 4분기 설비투자와 고용도 오히려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부총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확대와 종합투자계획, 규제완화 등을 통해 내년에는 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감을 피력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경제가 좋았던 기술적 반락효과로 올 3,4분기와 내년 상반기 성적은 그리 기대할 것이 없겠지만 내년 하반기이후는 기술적 반등효과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부총리는 “노력하면 된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의 시각은 여전히 삐뚜름하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내년에는 결국 소비회복이 제일 중요하다며 여기에 올해처럼 유가와 함께 환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소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오 상무는 “올해 성장률은 4%대 후반, 내년은 4.1%로 보고 있다”며 “정부가 재정정책과 함께 뉴딜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규모로 나올지 정확하지 않아 전망에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역시 “뚜렷하게 경제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할만한 요소가 없다”며 “수출은 둔화되고 있고 소비는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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