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점거 현장서 웬 대선출정식…국민정서 동떨어진 파업

<'무소불위' 택배노조>
前 통진당 김재연 진보당 후보 점거 현장서 출정식
택배기사 출신 아닌 전문 시위꾼이 지도부 장악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현실인식 수준"
  • 등록 2022-02-27 오후 6:00:00

    수정 2022-02-27 오후 9:19:05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택배노조)의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엿새째인 지난 15일. 1층 점거 현장 앞에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가 나타났다. 김 후보는 이 자리에서 ‘대선출정식’을 열고 “50일 동안 파업도 불사하고 택배 현장을 바꾸겠다 마음먹은 택배노동자들이 있다면 정치도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며 “오늘부터 노동자, 민중들과 함께 힘찬 싸움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앞 택배노조 점거 현장에서 열린 20대 대선 선거운동 출정식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많은 논란을 낳고 있던 택배노조의 무단점거 현장에서 특정 정당의 대선후보가 출정식을 연 점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김 후보와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어제의 동지’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2012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이 된 김 후보는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때 같이 의원직을 상실한 이가 이석기씨다.

이씨는 ‘RO(혁명조직)을 만들어 무장투쟁을 일으키려했다’는 내란선동죄가 인정돼 2015년 징역 9년 확정판결을 받고 작년 12월 가석방됐다. 진경호 위원장은 이석기씨 정치적 활동의 뿌리인 ‘경기동부연합’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노조의 잇단 ‘무리수’는 이처럼 원래 택배와 관계 없는 전문 ‘시위꾼’들이 지도부를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불거진 작년까지만 해도 각계의 지지를 받았던 택배노조는 이번 CJ대한통운 불법 무단 점거로 파업의 가장 큰 동력인 ‘국민 지지’를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10일 CJ대한통운 본사에 진입하기 위해 흡사 ‘좀비’처럼 조합원 수십명이 달려들어 문을 파손하는 모습 등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대체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무단 점거에 폭력 농성이냐”는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결국 택배노조의 뒤떨어진 현실감각이 스스로를 출구 없는 터널로 몰아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택배노조원들이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에 올라가 농성했는데 이런 점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역효과를 낸다는 점을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택배노조 조합원 200여명이 지난 10일 오전 11시 20분쯤 서울 중구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조합원들이 사옥에 진입하기 위해 CJ대한통운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고정문이 파손되는 모습. (영상=CJ대한통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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