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반도체 및 LCD 장비업체인
파이컴(039230)이 지난 2001년 발행한 전환사채(CB)의 물량 해소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중이다.
이 회사 이억기 사장은 3일 edaily 기자를 만나 "현재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유중인 CB 130억원 중 내년 12월 만기인 40억원 어치를 다른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키로 기보측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그간 파이컴이 실적에 비해 저평가 받아온 큰 이유가 CB물량 부담때문"이라고 지적하고 "CB를 여타 기관이 인수한다면 매각시점부터 향후 1년간 주식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물량부담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컴측은 이 방안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기보측에서 CB를 아예 주식으로 전환한 뒤 여타 기관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파이컴은 현재 반도체 검사장비인 프로브 카드(Probe card)와 LCD검사장치 멤스 유닛(Mems Unit)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같은 제품을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LG필립스LCD 등에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파이컴의 가산동 사옥을 들어서면 첫 눈에 "99%는 0이고 100%은 1이다" 란 슬로건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사장은 "단 한 개의 불량품도 허용될 수 없는 LCD 및 반도체 검사장비를 제조해야하는 사업 특성상 철저한 완벽주의를 추구할 수 밖에 없다"며 "직원들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철저해지자는 의미에서 슬로건으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파이컴의 기술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올해 LCD검사장치 멤스 유닛을 개발하면서 부터다. 이 제품은 완성된 LCD 패널을 모니터나 TV로 조립하기 전 영상신호를 이용해 패널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장치로, 국내 최초로 초소형 미세가공시스템(MEMS·멤스) 기술을 적용,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기존 제품이 60㎛(10만분의 1미터)까지 검사할 수 있었던 데 반해 멤스 기술 적용으로 정밀도가 2배 이상 높아져 30㎛까지 검사가 가능해졌다. 이 사장은 "멤스 유닛을 사용하면 LCD 공정의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조만간 25㎛이하의 규격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제품도 출시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강조했다.
파이컴은 지난해 매출 172억 8700만원, 영업이익 6억 7200만원, 순이익 4억 6500만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LCD사업의 호조와 프로브 유닛의 개발로 올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80억원, 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이 사장은 다만 그는 순이익의 경우 영업이익이나 매출 증가분만큼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컴은 지난해 일본의 한 빠찡꼬 업체와 카드자동생성기(ACM) 공급계약을 했다가 일본업체의 계약 불이행으로 손실을 입었다. 당시 이 프로젝트에는 파이컴 외에도 몇몇 유명 반도체 장비업체가 같이 연루돼 큰 파장을 일기도 했다.
이억기 사장은 "올해 회계년도에는 빠찡코 사건과 관련한 모든 부실을 털어낼 계획"이라며 "당장은 순이익 규모가 좀 줄어들 수 있겠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인 주가부양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올 상반기 매출액 128억원중 23%인 29억원이 해외 수출로 이뤄진 것"이라며 "올해 해외시장에서만 100억원 이상의 수출을 기대하고있으며 내년에는 수출비중을 50%대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사장은 지난달 한국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KODEMIA)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산업자원부가 디스플레이 장비·재료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기술표준화 및 신제품 개발 등 산업 기반을 마련키위해 설립한 이 협회에는 파이컴 외에도 주성엔지니어링, 성도이엔지 등 국내외 60여개 장비업체들이 포함돼있다.
그는 "대부분 사람들이 현재가 디스플레이 산업의 본격적인 활황이라고 여기지만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며 "이런 중요한 시기에 협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가문의 영광이지만 책임 또한 크다"고 말했다.
또 "실수요 생활과 거의 관계가 없는 반도체와 달리 디지털TV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있다"며 "눈으로 보는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는 제품, 기술은 계속 발전하게 되므로 대기업은 더욱 집중적인 투자를 하게 될 것이고 이와 맞물려 파이컴의 사업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