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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21일 인도 조사업체 엑스포트지니어스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1년 간의 통관 데이터를 입수해 건당 5만달러(약 6400만원) 이상 반도체 거래를 조사한 결과, 러시아는 몰디브에서 인텔 등의 반도체를 40만개, 약 5360만달러(약 687억원)어치를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 규모는 중국(홍콩 포함), 튀르키예에 이어 세 번째로 컸고, 거래 건수는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에는 몰디브에서 반도체를 수입하기 위한 거래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기업인 픽셀 디바이스도 지난해 5~8월 600만달러어치의 미국산 반도체를 몰디브에서 러시아로 수출했다. 픽실 디바이스는 “홍콩 기업에 적용되는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모든 거래가 규제를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위반 여부와 관련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닛케이는 미국산 뿐 아니라 일본산 반도체도 14만달러어치가 몰디브에서 러시아로 유입됐다면서도 제재 대상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몰디브가 러시아의 반도체 우회 수입을 위한 공급국이 된 것은 작년 5월 러시아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가 모스크바와 몰디브 간 직항편을 재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는 홍콩 픽셀 디바이스의 거래가 개시된 시점과 맞물린다.
미국산 반도체 우회 수출은 대부분이 환적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환적 방식은 운송장에 화물 도착 통지처(Notify Party)를 기재토록 의뢰가 가능해 화물 주인이 현지에 머무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닛케이는 “몰디브는 러시아와 경제 측면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핵심 산업인 관광 산업에서도 러시아 비중이 크다”며 올해 1~3월 중 몰디브를 관광차 찾은 러시아인이 6만 5000명으로 국가·지역별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