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 모씨(32)는 올 9월 1만4000여가구의 보금자리 주택이 사전청약 방식으로 첫 선을 보인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쳤다. 3년 넘게 부어 온 청약저축 통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달 초 분위기에 휩쓸려 `만능청약통장`으로 갈아탄 때문. 기존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었다면 보금자리 주택 마련에 도전이라도 해볼 수 있었겠지만 새로 가입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가입기간이 안돼 청약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 유주택자는 청약제한
만능청약통장이라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열풍 후 기존 통장을 교체한 이들 사이에서 뒤늦게 땅을 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통장교체 전 자신의 청약 자격을 꼼꼼히 체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활용도나 혜택이 적어 `괜히 갈아탔다`고 후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소득공제 혜택도 반쪽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반은 물거품이 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경우도 현행 소득공제 대상 청약저축의 감면요건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2년뒤 당첨 바늘구멍
분양 주택형을 선택하는 데 제한이 없다는 종합저축의 `장점`은 당첨 확률을 낮추는 `단점`이 될 수 있다. 기존 통장은 민간·공공, 중대형·중소형, 무주택자·유주택자로 청약이 세분화돼 있었지만 이에 대한 장벽이 대부분 없어졌기 때문이다.
인기 지역 및 주택형으로 청약자들이 쏠릴 확률이 커지기 때문에 청약자들 사이에선 정작 원하는 주택형에 `소신 청약`을 하기보다 당첨 가능성을 따지는 `눈치 작전`도 횡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청약통장 가입이 출시 초기 200만명을 넘을 만큼 몰린 탓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청약통장 취급은행 관계자는 "청약통장 출시 초기에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효과가 다소 과장된 듯하다"며 "통장 갈아타기 수요자들은 조건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