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이 무너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아시아 주요 증시가 애써 쌓아올린 단기 고점들이 차례로 깨져나가고 있다. 1만8300선까지 치솟으며 올해는 부진을 떨쳐내나 했던 닛케이 225 지수는 6일 1만7000선마저 무너졌다.
2만3500, 1만3500을 각각 돌파하며 신고점 행진을 벌이던 홍콩 항셍 지수와 H 지수도 한국시간 오후 3시20분 현재 2만2000선과 1만2500선이 뚫렸다. 1만선 탈환을 목전에 둔 대만 가권 지수는 9000선 조차 지키지 못했고, 1000선을 넘어 지수 선진화의 꿈에 부풀었던 베트남 VN 지수는 900선 조차 아득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증시의 선전은 아시아 증시 급락과 대비된다. 금리와 지급준비율, 환율 변동폭을 한번에 인상한 지난 5월18일의 `삼각 긴축`과 5월30일의 증권거래세 인상 이후 상하이 종합지수가 20% 가까이 조정을 받을 때만 해도 중국 증시의 재건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두달이 채 지나지 않아 상하이 종합지수는 다시금 신고점 랠리를 펼치고 있다. 지난 1일 지수가 4% 가까이 급락했을 뿐 아시아 증시가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린 지난주에도 중국 증시는 상승 일로를 걸었다.
이날도 다른 증시가 적게는 1%, 많게는 4% 가까이 빠지는 가운데서도 중국 증시 만은 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아시아 증시 급락세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증시 급락 속 `군계일학`..비결은 `非글로벌화`
중국 증시는 국내투자자 전용 시장인 A증시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거래하는 B증시로 이분화돼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 자격으로 국내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말대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이들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증시 전문가들의 `기우론`은 `물가에 내놓지도 않았는데 파도에 휩쓸린 걱정을 하는게 말이 되느냐`로 요약될 수 있다. 이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1일 지수가 4% 가까이 급락한 것도 전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과 심리적 불안감이 작용한 것일 뿐이다.
◇상반기 80개 상장사 순익 82% 급증..`주가하락? 언감생심`
기업 실적은 지수의 가장 강력한 상승동력이다.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종목은 금융 관련주이지만 중국 증시에서는 금융주들이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공상은행(ICBC)과 중국은행(BOC), 건설은행, 교통은행, 초상은행 등 5대 상장 은행의 상반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 것이 힘이었다.
◇긴축 당분간 없을 것..`맘 놓고 올라보자`
정책적인 요인도 중국 증시 랠리를 지지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인민은행과 국무원은 각각 금리 인상과 이자소득세 인하를 단행했다.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였지만 투자자들은 `어차피 맞아야 할 매를 드디어 맞았다`는 후련한 반응이었다. 실제로 긴축 이후 지수는 5거래일 만에 11% 급등, 당국을 무색하게 했다.
지난달 30일 인민은행이 올들어 여섯번째로 지준율을 인상 한 것은 긴축 `대접` 조차 받지 못했다. 이날부터 상하이 종합지수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공산당 정치국까지 나서 정책 최우선 순위를 `경기 과열 방지`로 명시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증시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이 불거져 나온 것도 증시가 정책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이유다.
사상 최고치 랠리가 계속되는 만큼 지수가 차익실현의 역풍을 맞고 조정받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벌써부터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단기 조정을 예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1일 지수가 4% 가까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4300지지선은 끝까지 무너지지 않은 데서 보듯 중국 증시가 가파른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