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동결하는 한편 채권시장의 과열 양상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또 현재 콜금리 수준이 실물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며, 시중자금이 금융시장에 몰려 자산거품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해 연내 추가 금리인하가 없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연간 소비자물가 4% 내외..5%내외 성장 가능
7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중 콜금리 목표를 현행 3.50%로 동결했다. 경기도 걱정이지만 물가가 더 우려된다는 입장이었다.
8월 전년동월대비 4.8%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가 9월에는 농산물가격 안정으로 3.9%로 안정됐지만 한은은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행의 통제대상인 근원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고 있고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도 계속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설정한 물가 예상치를 사실상 상향조정했다. 박 총재는 "높은 생산자물가와 기름값 동향을 감안할 때 올해 연말 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내외, 근원소비자물가는 중기목표인 상한선인 3.5%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7월 전망에서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6%, 근원물가 상승률을 3.0%로 예상했었다.
박 총재는 "올해 물가가 중기목표의 범위(근원물가 2.5~3.5%)에 있을 것으로 판단되나 물가안정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경기에 대해서는 지난 8월의 금리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태도를 취했다. 경기 하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는 것이다. 박 총재는 "경기 하향세가 우세한 상황이고 앞으로 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올해 5% 내외의 성장은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중자금 실물로 안가고 채권시장 과열 초래
지난번 콜금리 인하의 효과에 대해서는 다소 중립적인 입장이다. 특히 채권시장의 금리 급락에 대해서는 `과열`이라며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총재는 "시장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고 금리도 사상최저 수준인데도 자금수요가 없어 통화량 증가율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며 "투자로 연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흘러 시장금리를 폭락시키고 그 결과 한국의 장기금리가 미국보다 오히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고 자금의 단기화와 국내자금의 해외유출 우려 등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8월 이후 주가 상승에 대해서는 ""콜금리 인하 이후 주가가 오른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채권시장의 과열양상은 콜금리를 동결하게 된 계기 중 하나다.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이 경기와 물가를 다 같이 배려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자금흐름도 건실하게 유도해야 할 상황에 있다고 판단했다"는 박 총재의 발언에서 확인된다.
◇ 자산가격 거품 우려..8월 인하효과 지켜봐야
한국은행이 물가상승에 관심을 집중한 이상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금리인하의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목하는 것도 추가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박 총재는 "8월의 금리인하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활력을 주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본다"며 "현재의 금리수준은 투자와 생산 등 실물활동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며 다만 실물경제 효과는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추가 인하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추가 인하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박 총재는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이 있어 은행이 금리를 내려줘도 안 빌려간다"며 "여기서 유동성을 더 집어 넣는다고 해서 설비투자를 촉진할 것이냐"며 "그렇지 않다고 본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