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저금리를 바탕으로 최근 몇 년간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미국 부동산 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 분석했다. WSJ은 특히 주택판매 감소, 재고 증가, 판매가 하락 등 주택경기 부진을 예고하는 여러가지 증거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1세기부동산협회 회장인 톰 쿤츠는 "미국 주택시장이 판매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주택판매 저조 및 판매가격 하락을 단순히 여름철 거래 부진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것.
전미부동산협회(NAR)는 7월 미국 기존주택 판매가 6월보다 2.9% 감소한 672만호로 집계됐다고 최근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 681만호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당초 695만호로 집계됐던 6월 판매분역시 692만호로 하향 수정했다.
집값 하락도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보스턴 칼슨GMAC부동산의 앨런 라이스 부사장은 최근 몇 달간 집값이 15%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주택은 원래 집값보다 15~20% 낮은 가격에서 거래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부동산 붐을 주도했던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도 마찬가지다. 오렌지카운티의 주택 재고물량은 7월말 현재 무려 7.5개월치 분량에 달한다. 불과 넉 달전인 3월에는 주택 재고가 0.6개월치에 불과했다.
지난해 집값이 52% 치솟았던 라스베가스도 비슷하다. 라스베가스부동산협회의 리 배럿 회장은 "라스베가스 주택 재고가 4개월 연속 늘었다"고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국 집값이 급등한 것도 최근 주택경기 부진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판매자들은 하루속히 이익을 실현하려 하고 구매자들은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어 현재 가격에서 주택 구입을 꺼린다는 설명이다.
미국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미국 단일가족용 주택가격이 무려 9.4% 상승했다. 1979년 이후 30년래 최고 상승률이다. 주택가격이 30년래 최고치로 치솟은 상황이라 판매자나 구매자모두 추가 상승을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결국 소비자 위주의 시장이 펼쳐진 셈이다.
캘리포니아 부동산중개업체 콜드웰뱅커의 찰스 기포드는 "요즘 집을 사러 오는 구매자들은 판매가격보다 4~7% 낮은 가격에서부터 시작한다"며 "10%이상 할인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