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연준 "증시 하락 기뻐"…9월 최소 75bp 인상 간다

닐 카시카리 총재, '더 독한' 매파 발언
"최근 상승장, 시장이 연준 오해한 것"
"잭슨홀 이후 증시 하락 보며 기뻤다"
9월 FOMC서 최소 자이언트스텝 갈듯
야데니 "2년물 보라…75bp보다 100bp"
경제 지표 따라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 등록 2022-08-30 오전 11:17:25

    수정 2022-08-30 오후 9:39:17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독해졌다. ‘잭슨홀 쇼크’가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연준 고위인사들의 ‘더 독한’ 발언이 이어졌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다음달(9월) 최소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고, 상황에 따라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오른쪽). (사진=AFP 제공)


카시카리 “최근 증시 하락 기쁘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의장의 잭슨홀 발언이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보면서 기뻤다(I was actually happy to see)”며 “증시의 급격한 손실은 투자자들이 연준이 인플레이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당초 대표적인 비둘기 인사로 꼽혔으나, 근래 들어 초강경 매파로 변신해 주목받고 있다.

카시카리 총재의 말대로 파월 의장의 잭슨홀 심포지엄 발언 이후 뉴욕 증시는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연설 당일인 지난 26일 3.37% 급락했고, 이날 또 0.67% 내렸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2만달러가 무너지면서, 위험 회피가 심화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그는 “올해 6월~8월 중순께 증시가 약 17% 상승한 것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잡기 의도와 시장의 해석간 단절이 있음을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연초부터 약세를 면치 못했던 S&P 지수는 6월 16일~8월 16일 두 달간 17.41% 돌연 급등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최근 증시 상승장은) 그렇게 고무적이지 않았다”며 “지난달(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증시 반등을 보면서 신나지 않았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카시카리 총재의 언급은 통화정책 피봇(pivot·기준금리 인상에서 인하로 전환)을 기대해 가격을 매기는데 열심이었던 시장에 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잭슨홀 심포지엄 이후 최근 2거래일간 뉴욕 증시 조정이 일시적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카시카리 총재는 “사람들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한 우리의 진지함을 이해한다”며 “그동안 시장은 그것을 오해하고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연준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라며 “당시 경제가 약화하면서 연준은 (긴축을 완화 쪽으로 되돌리는 식으로) 물러섰고, 인플레이션은 다시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그런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장이 기대했던 1970년대식 ‘스톱 앤드 고’(stop and go·물가 폭등을 억제하고자 금리를 인상했다가 다시 성장세를 뒷받침하고자 긴축을 완화하는 정책)를 배제하겠다는 의미다.

9월 최소 75bp 인상…100bp 가능성도

상황이 이렇자 월가에서는 연준이 다음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최소한 75bp(1bp=0.01%포인트) 올릴 것이라는데 기울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75bp 인상 가능성을 72.0%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이 연설했던 26일 당일보다 11%포인트 뛰었다. 50bp 빅스텝 확률은 20%대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100bp 인상 전망까지 나온다. 연준이 최소한 자이언트스텝은 밟을 것이고 추후 경제 지표에 따라 울트라스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 강세론자로 유명한 야데니 리서치의 대표인 에드 야데니 대표는 고객 메모에서 “연준이 9월 FOMC에서 75bp보다는 100bp 인상할 것”이라며 “2년물 국채금리는 연준 정책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3.489%까지 치솟았다. 2007년 이후 거의 15년간 볼 수 없었던 레벨이다. 그는 또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장단기 역전의 장기화를 거론하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역사적으로 긴축 정책이 신용 경색을 야기해 침체를 부르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채권 구루’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CNBC에 나와 “(연준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더 공격적인 매파 기조를 띠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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