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신용평가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9일 임시 제재심을 열고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애초 이들 신평사들에게 기관은 ‘경징계’, 임직원은 ‘중징계’를 통보했다.
‘등급 장사’ 행위란 신평사들이 기업으로부터 신용평가 계약을 따내기 위해 미리 좋은 등급을 암묵적으로 약속하거나 등급을 내린 시점을 늦추는 등 공정하게 신용등급을 평가하지 않은 행위를 말한다. 그동안 평가대상 기업들은 신평사 3사에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신용등급을 먼저 물어보는 관행이 있었다. 신평사들이 대략적인 등급 수준을 이야기해주면, 기업은 가장 등급을 후하게 주는 신평사와 평가 계약을 해 온 것이다.
그러나 신평사들은 기업 신용을 평가하는 업무와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업무는 엄격히 분리돼 있기 때문에 지나친 중징계는 과도하다며 항변한다.
29일 제재심에서도 지난 제재심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평사 3사의 대표이사부터 총괄전무, 집행임원, 실장 등 징계대상자 수가 많아 소명을 듣는 데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제재심에서도 금감원은 신평사 측 소명이 길어지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선 ‘등급 장사’ 행위는 개인의 비리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업계 관행으로 자리잡혀 온 시스템적 문제이기 때문에 임직원을 일괄 중징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당국 일각에선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이번 기회에 강력히 징계를 내려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