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 | 이 기사는 10월 14일 13시 04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세달째 동결하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이미 놓쳤다는 분석과 함께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환율이냐 물가냐`를 두 요인을 놓고 환율을 택했지만, 오히려 환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세달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지난달 이미 3%대 중반으로 훌쩍 뛰어오른 물가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주식과 채권값은 랠리를 보이고 있어 자산버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 금리동결 불구 환율 하락..물가 어쩌나
9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비 3.6% 급등, 8개월만에 3%대로 올라섰다. 3%대 초반일 것이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특히 배추파동을 겪는 등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신선식품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에 대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9월 물가상승률 3.6% 중에 0.7%포인트 정도가 농산물 상승 효과였고 이를 제외하면 2.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며 "물가 급등은 대외적인 충격에 의한 것으로 단기간에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보다는 환율 하락으로 인한 영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총재는 "환율을 봤지만 환율 하나만 보고 결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최근 국제금융 상황이 절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 사안에 대해 많은 금통위원이 고민하고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세달 연속 금리동결로 물가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9월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해도 일단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또 신선식품 물가 뿐만 아니라 공공요금이나 서비스 요금 상승 등 물가불안 요인이 남아있다.
김 총재도 물가상승 압력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4분기부터 내년까지 물가상승률 예상치가 3%를 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금리를 동결할때부터 이미 실기했다는 비판이 높았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물가가 얼마나 올라야 금리인상을 고민할 것인가"하고 반문했다.
◇ 버블도 걱정..이미 `논쟁중`
자산버블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채권금리가 급락햇고 이날 또 동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고 3년물 채권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3.24%를 뚫고 내려왔다. 코스피지수도 지난주 1890선까지 올라온 상태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지금도 채권시장 버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한 보험사 채권운용역은 "금리를 동결했다고 환율이 반등하지는 않을 듯 하고 증시나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은 더 들어올 것"이라며 "부동산 거품도 모자라 자산거품까지 걱정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디플레 고민인 미국도 시장은 벌써 인플레 걱정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미국에서조차 인플레이션 걱정은 마찬가지다. 미국은 총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이려 애쓰고 있다. 이는 지난 12일 공개된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잘 드러난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인플레를 걱정하고 있다.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면 물가 급등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물가연동 관련 금융상품이 이같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잘 나타내준다.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와 동일 잔존만기 국채와의 차이를 뜻하는 BEI는 1.99%로 한달 전 1.69%에 비해 확대됐다. 물가연동국채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양호했다는 의미로 인플레이션 전망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물가연동국채 인덱스는 지난 한달동안에만 3.6% 올라 2009년 4월 이후 월간단위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뱅가드그룹의 케네스 볼퍼트 과세채권 그룹장은 "양적완화를 더 시행할 수록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과 앞으로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