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닛산의 눈물겨운 `超저가차 개발기`

  • 등록 2007-10-22 오후 4:57:11

    수정 2007-10-22 오후 4:58:20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세계화로 인해 21세기의 제조업체들은 전세계 경쟁사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에 한계가 있는 만큼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500만원대의 소위 `초저가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특히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로 콧대 높은 닛산의 초저가차 개발 전략은 최고급차 브랜드와 중국 및 인도의 저가차 브랜드 사이에 낀 한국 업체들이 주목할 만합니다. 국제부 정영효 기자가 전합니다. 
 
초저가차는 프랑스 르노가 개발한 `로간(Logan)`이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로간의 가격은 대당 최저 사양의 경우 7000달러, 우리 돈으로 700만원이 조금 안되는 가격입니다.

요즘엔 700만원대 차량을 초저가차라 부르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업체들이 너도나도
▲ 초저가차의 원조 `로간`
초저가차 개발에 나서면서 5000달러짜리 차량도 곧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지요.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초저가차 개발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입니다. 지난 20여년간 주요 자동차사들은 초저가차는 고사하고, 소형차 개발도 등한시해 왔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가장 인기있는 소형차(서브 컴팩트; 준소형급)로 평가받는 혼다의 `피트(Fit)`와 도요타의 `야리스(Yaris)` 같은 모델조차도 대당 판매마진이 2~3%(약 300달러)에 불과한 형편이라니 소형차가 푸대접 받는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수요가 발생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이제는 소형차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기름은 많이 먹어도 실내 공간이 넓직한 차량을 생산하는 데 주력했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몰락을 보면 업체들의 전략 변화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선진국의 자동차 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머징마켓에서의 생존 여부가 회사의 명운을 결정짓게 된 것도 초저가차 개발에 혈안일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요인이죠.

이 가운데 일본 2위 자동차 업체인 닛산의 `초저가차 도전기`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시다시피 닛산은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일본 최고 훈장인 남수포장을 수상한 스타 경영인 카를로스 곤 회장으로 유명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르노의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곤 회장은 1999년 파산 직전의 닛산을 맡은 지 불과 1년여 만에 기업회생에 성공, 세상을 놀래켰지요. 그러나 곤 회장의 기업 회생 전략이 이제는 닛산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판매 이윤이 많이 남는 대형차 위주에 집중한 것이 곤 회장의 주 전략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 상황이 급변한 지난해 닛산은 7년 만에 순익 둔화를 맛봤고, 곤 회장은 사임 압력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결국 닛산의 `초저가차 도전기`는 회사가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는 동시에 곤 회장이 목을 건사할 수 있을 것이냐를 결정짓는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한 닛산의 저가차 개발 전략을 살펴볼까요?

닛산의 초저가차 개발 전략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사의 초소형 모델인 `티다(Tiida)`에 같은 계열사인 르노의 초저가차 `로간`이 사용한 원가 절감 기법을 접목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버사(Versa)`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티다`의 대당 가격은 1만2630달러입니다.

▲ 닛산의 초저가차 개발에 투입되는 `티다`
1차 목표는 2010년 초까지 7000달러짜리 차를 출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원찮습니다. 안전성은 물론 실내공간의 협소함 등으로 인해 난관에 부딛힐 것이라는 거지요.

그러나 닛산의 초저가차 개발을 맡고 있는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생산전략가(CPS)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혁신적인 원가 절감안을 처음 발표할 때면 누구나 불가능하다고들 한다"는 거지요.

사실 7000달러짜리 차를 개발한다고 해서 목표가 달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크라이슬러가 중국 체리 자동차와 합작해 초저가차를 개발하기로 하는 등 5000달러 상당의 저가차 개발은 본격화 궤도에 올라 있기 때문입니다.

닛산의 다음 목표는 `5000달러짜리 차`를 만드는 겁니다. 7000달러짜리 차도 불가능하다는 데 5000달러짜리 차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눈물겨운 원가 절감안이 시도될 수 밖에요.

우선 앞 범퍼와 전면 그릴을 일체형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이 경우 자동차 전면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체형이니만큼 소비자들이 이 부분을 교체할 경우 드는 비용은 늘어나겠지요.

또 사이드 미러는 좌·우를 거의 똑같은 모양으로 제조하고, 후면 유리는 곡선이 없이 거의 평평하게 제작된다고 합니다. 모두 로간에서 채용된 방식으로 부품 제조 및 생산 단가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티다`의 자동차 문짝은 평평하게 제작됩니다. 컨테이너 박스에 좀 더 많은 문짝을 싣도록 하기 위해서랍니다. "적재 상황까지 고려해서 자동차를 디자인하라"는 타바레스 CPS의 주문에 따른 것입니다. 

자존심을 굽혀가며 5000달러짜리 초저가차를 양산한다 하더라도 닛산이 넘어야할 산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른 업체들도 5000달러짜리 차는 만들고 있으니까요.

경쟁업체들에 비해 중국 진출은 20년, 인도 진출은 5년 뒤져 있는 닛산으로서는 좀 더 혁신적인 뭔가가 필요하겠지요. 지난해 인도 시장에 1개 차종을 출시했다가 고작 199대가 팔리는 망신을 또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급기야 닛산은 인도의 바자이(Bajaj) 자동차와 손잡고 `3000달러짜리 차`를 개발하기로 합의합니다. 바자이 자동차는 3륜 자동차 제조업체입니다. 닛산으로서는 자존심을 버렸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3륜차 제조업체와 손잡고 3000달러짜리 차를 생산해 낸다고 해서 닛산이 마음 놓을 수 있을까요?

이미 인도 최대 자동차 업체인 타타 자동차는 내년 10만루피(약 2500달러)짜리 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2500달러짜리 차`를 팔아서 회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시겠지만 5년내에 200만대만 팔아도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소형차 판매가 전년 대비 80% 증가한 130만대였던 점을 미뤄보면 충분히 달성가능한 목표입니다. 인도의 저렴한 노동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급기야 닛산은 일본 공장을 태국으로 이전키로 결정합니다. 현재 30% 수준인 일제 부품 비중을 10%로 대폭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단순히 조립 공장만 옮기는 것이 아닙니다. 디자인팀과 연구개발(R&D) 부서까지 태국 또는 인도로 옮길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1만2630달러짜리 `티다`를 3000달러 혹은 그 이하의 초저가차로 만들 닛산의 도전기입니다.

`대형 고급차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포기하고, 자존심을 버려가며 3륜차 제조업체와 손잡고, 주요 시설을 해외로 옮겨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상표를 떼내어가면서까지 원가 절감에 필사적인 닛산의 전략은 `눈물겹다`로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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