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디다스가 라이벌업체 리복을 인수키로 합의함에 따라 그동안 나이키가 패권을 쥐고 있던 세계 스포츠 의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아디다스는 3일 미국의 경쟁사 리복을 31억유로(4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 관여한 아디다스 경영진은 리복 주식을 주당 59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디다스는 5억달러 규모의 리복 부채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1450억달러 시장 지각변동
아디다스는 리복과의 합병으로 1450억달러 규모의 세계 스포츠 의류·신발 시장 가운데 20%를 차지하면서 나이키를 위협할 수 있는 맞수로 부상하게 됐다. 현재 나이키는 세계 시장의 약 3분의 1을 독식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우선 리복 인수를 통해 330억달러 규모의 세계 스포츠화 시장에서 나이키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미 스포츠용품산업협회(SGMAI)에 따르면 지난해 나이키의 미 스포츠화 시장 점유율은 36%였으며 아디다스는 8.9%, 리복은 12.2%를 각각 기록했다. 미국은 세계 스포츠화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아디다스의 시가총액은 약 84억달러며 지난해 81억달러의 매출과 4억23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리복은 40억달러의 매출과 2억9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나이키 위협 막기 위한 카드
지난 1949년 설립된 아디다스는 제품의 높은 품질과 기술력으로 세계 축구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나이키가 공격적으로 축구화 시장에까지 손을 뻗치면서 아디다스의 아성이 위협받기 시작했다. 나이키 관계자들에 따르면 축구화 시장에서 나이키의 연 매출은 현재 10억달러를 넘어섰다.
나이키는 최근 박지성이 이적한 유럽의 유명 축구팀 맨체스터 및 아스날 등과도 제휴를 맺고 있으며 컨버스, 콜한 등의 브랜드 인수를 통해 러닝화와 농구화에 집중됐던 사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현재 허버트 하이너 최고경영자(CEO)의 지도 하에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2001년 CEO가 된 하이너는 지난 5월 경영난에 처한 겨울 스포츠용품 사업 `살로몬`을 핀란드의 에이머 스포츠에 매각했다. 매각 규모는 6억2300만달러로 수익성이 높은 의류와 신발 부문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였다.
◇몸집 키우기는 성공..시너지 효과는 `글쎄`
합병회사는 소매업체들에 대한 영향력을 전보다 크게 확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들은 상점의 어떤 위치에 제품을 진열할 지에 대한 회사의 결정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스타들과의 제휴에서도 좀 더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며, 광고 계약에서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스티븐 그레이 스포츠 마케팅 교수는 "나이키와의 경쟁적 관점에서 아디다스와 리복의 입지가 명백히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병 회사는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는데 큰 이점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이번 거래의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기능성보다는 패션을 강조한 신발에 점점 치우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나이키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척 테일러스` 스니커즈로 유행을 선도했던 컨버스를 인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