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최영휘 사장 해임‥왜?

뉴뱅크論 vs 원뱅크論 갈등‥羅회장이 교통정리 나선듯
羅회장 직접 관할 체제 구축‥"큰 틀 변화 없다" 주장도
  • 등록 2005-05-09 오후 5:18:56

    수정 2005-05-09 오후 5:18:56

[edaily 김병수기자] 신한지주(055550)회사가 9일 최영휘 사장을 해임한 것은 그동안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방식을 놓고 노출된 내부 최고위층 이견이 표면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그룹 내에서는 그동안 크게 두가지의 합병방식이 존재해왔다. 그중 하나가 최근 최영휘 사장이 주도한 `뉴뱅크론`이다. 양 은행의 합병은 소위 말하는 `대등 합병`에 근거해 완전히 새로운 은행이 돼야 한다는 게 `뉴뱅크론`의 골자다. 지주회사 입장에서는 합병은행중 어느 한 은행으로 힘이 쏠릴 경우, 즉 어떤 일방이 한쪽을 흡수하는 경우가 된다면 지주회사의 시너지를 내기 힘들다는 입장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반면 이에 맞선 다른 의견은 `원뱅크론`이다. 이는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전개돼 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등합병의 허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승자(신한은행)가 승자의 논리대로 은행을 통합해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인사 파동을 계기로 그룹내 논의가 `원뱅크론`으로 정리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한은행, `뉴뱅크론`에 반대 그룹내에 양측의 입장이 공존하는 가운데, 양 은행의 합병을 위한 시간이 다가오자 양측의 불만 수위가 상당히 높아졌다. 이런 불만은 결국 최근 지주회사의 임원 업무분장과 팀장 인사를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최 사장은 최근 일련의 인사를 통해 자신의 `뉴뱅크`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포석의 업무분장과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도를 지나쳤다고 판단한 신한은행측이 라응찬 회장을 찾아가 이에 대한 부당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갈등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나 회장이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흥은행, 반발 가능성 커 이번 최 사장 전격 경질에서 보듯 신한금융그룹내에서 라응찬 회장의 힘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신한지주측이 최 사장을 해임하면서도 새 사장을 선임하지 않고 라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구도를 밝히고 있는 것도 나 회장의 정력적인 활동과 조직장악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라 회장이 직접 나서 `원뱅크론`으로 입장을 정리한데 따른 부담도 적지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조흥은행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조흥은행 내부에서 술렁이는 기미가 역력하다. 그동안 피합병 대상이라는 부담을 안고 지내오는 과정에서 최 사장의 뉴뱅크론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으나, 이것이 일거에 무너진게 아니냐는 판단이다. 향후 은행 진로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실상 신한은행 주도의 통합에 무게가 주어지면서, 그것도 극단적으로 지주회사 사장의 해임을 통해 큰 물길을 바꾸게 되자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라응찬 회장, 다시 그룹 전면에 이날 최 사장의 해임으로 합병방식에 대한 큰 틀이 바뀌기는 하지만, 합병을 위한 진행속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은행 안팎의 관측이다. 오히려 그룹의 실세인 라 회장이 전면에 나선 만큼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측에선 조흥은행 인수과정에서도 라 회장의 수완은 이미 인정받은 만큼 앞으로 조직 장악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한지주가 최 사장을 해임한 뒤에도 곧바로 새 사장을 선임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구도로 이해되고 있다. 신한지주는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어 최 사장 해임안건을 올리고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당장 사장을 선임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지주회사는 당분간 지주회사 회장을 맡고 있는 라 회장이 직접 관할하는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신한은행 "합병의 큰 틀 바뀔 것 없다" 주장도 그룹내 노선싸움의 결말이라고 보는 시각과는 달리 일부 신한은행 관계자들은 조흥은행과 신한은행간 합병의 큰 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뉴뱅크든 원뱅크든 큰 차이는 없다"면서 "오히려 최 사장의 입장은 전략적인 입장에서 보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뉴뱅크론이든, 원뱅크론이든 뉴뱅크로 가기 위한 단계적인 과정으로서 원뱅크를 설정한 것이며, 궁극적인 지향점은 뉴뱅크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통합을 위해 계획을 짜는 시대에서 이제 실행의 시대로 넘어갔다는 라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최 사장의 역할이 다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부정적으로만 볼 사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최 사장측은 그룹내에서 자신의 생각에 대해 일부 오해가 있었다고 보고 이사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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