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양미영기자] "투명경영은 눈에 보이는 실적을 얻기보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투명경영을 안해도 실적은 얼마든지 좋을 수 있죠. 그러나 결국 시장 판단에 의해 기업가치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조흥은행(00010)은 투명경영의 본질을 이렇게 강조한다. 투명경영이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단순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서 거의 최초로 투명경영을 선언한 조흥은행은 이 덕을 톡톡히 봤다.
현재 조흥은행은 2년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0년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7991억원이 개선된데 이어 지난해에는 5225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주가도 액면가 이상을 회복했고 여타 은행주들을 앞서며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주가운데서 단연 거래량 선두권이다. 투자자들의 관심 안에 있다는 징후다.
◇투명경영, 이제는 필수
미국에는 US GAAP이라는 미국식 회계감사제도가 있다. 미증시 상장을 위해 기업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서 이 프로그램은 거의 통과의례로 통한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회계프로그램이 있지만 아직 투명성있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선진기법을 수용하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금융권도 이같은 시도로 어느정도 빛을 보고 있다. 불과 2~3년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지난해부터 IR 등을 활발히 개최하면서 `정보공개`는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 됐다.
◇솔선수범이 성공의 원동력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임기내내 투명경영을 경영일선에 내걸었다. 위행장은 "외환위기 촉발은 글로벌 스탠다드의 부족에서 비롯됐고, `투명경영`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구성하는 `제1의 원소`"라고 강조해왔다.
4월중 해외DR 발행을 앞두고 있는 조흥은행도 투명한 정보공개에는 뒤지지 않는다. 여타 은행들보다 앞서왔다는 게 제대로 된 평가일 것이다.
조흥은행 해외DR발행을 맡은 매각주간사들이 투자자들과 접촉하면서 공통적으로 얻은 결론은 투자자들 역시 투명한 기업정보 공개여부와 그 강도에 관해 가장 궁금해 한다는 것이었다.
조흥은행은 이 부분에 있어 특별히 자신할 수 있는 사례를 여럿 내놓았다.
"지난해 하반기 IR때는 이례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기업정보를 발송했습니다. 조흥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20대 기업들의 익스포져를 모두 공개했죠. 유동성이 우려되는 기업들의 충당금 현황과 NPL에 관한 정보를 받은 투자자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조흥은행으로서도 자산건전성을 자신하고 있었지만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신뢰감을 쌓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죠" 시장 투자자들의 성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화다.
조흥은행은 타은행들에 비해 먼저 IR을 시작했다. 개최 횟수도 앞섰고 CEO나 CFO가 직접 나서서 투자자들의 질문에 응한 것도 당시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은행 IR문화를 바꿨습니다. 지금은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IR이 본격적으로 시작된건 작년에 불과합니다"
조흥은행은 98년 최초로 IBP를 실시했다. 그 이후 투명한 정보공개라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경영문화를 수정해가면서 은행들이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오는 4월 취임을 앞둔 홍석주 행장후보 역시 조흥은행 IR의 선봉장이자 전문가로 호평을 받았다.
조흥은행은 직원들에게도 정보를 공개했다. 2000년 9월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을 모아놓고 은행권 최초로 실시한 `은행경영전략설명회`는 당시로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위성복 행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설명회는 지난해와 올해초에도 어김없이 직원들을 찾았다. 실적은 물론 타행과 비교가능한 모든 경쟁력을 공개했다. 노조측에는 분기별로 경영현황 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
IR 인터넷 생중계, 인터넷을 통한 경영현황 공개도 은행권에서는 조흥은행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신용평가사를 방문해 평가를 의뢰한 것도 최초다. 조흥은행은 S&P에 이어 무디스에도 자발적인 신용평가를 의뢰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월 무디스의 한국방문시 등급상향 가능성(possible upgrade)을 받았다. 최종결과는 4월초에 나올 예정이다.
◇지배구조의 견제와 독립..투명기업의 관건
투명경영에 있어 정보공개와 함께 항상 동행하는 단어는 `지배구조`다. 얼마나 경영권의 독립과 견제가 보장되느냐도 투명기업을 결정하는 관건이다.
지배구조 면에서도 조흥은행은 부담스런 틀을 스스로 만들었다. 사외이사를 주축으로 하는 이사회중심의 지배구조가 그 첫번째다. 먼저 이사회구성상 사내이사를 40% 이내로 배제해 사외이사의 권한을 키웠다. 이사회의장을 은행장이 겸임해서는 안되는 규정이나 확실한 경영진성과평가를 통한 보상제도도 일찌감치 도입했다.
이사회의 견제역할이 매우 확실하다고 자신한다. 분기마다 열리는 정기이사회와 함께 이사회위원회 경영발전보상위원회 리스크정책위원회 등의 운영위원회를 감안하면 매월 1번이상의 이사회가 열린다. 물론 3분의 2이상의 사외의사 동의가 없으면 안건은 승인될 수 없다.
조흥은행은 또 최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선정과정부터 외부업체에 의뢰해 체이스 멘하탄 임원출신인 리스크관리 전문가를 영입했다. 사외이사 데이빗 벨링씨는 평소 투명한 정책결정을 주장해온 KDI출신 금융전문가다.
대주주가 외국계가 아닌 은행가운데는 최초의 시도라는데 조흥은행이 자신하는 부분이다. 순수 사외이사 전문가가 어떤 능력을 발취할지도 눈여겨 봐달라고 한다.
◇투자자는 투명은행을 원한다
"불과 몇년전과 비교하면 투명기업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금융권에서도 이런 움직임에 은행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들이 투명기업을 스스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우려기업에 대한 회계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여붑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적인 발언을 놓치지 않는다. "레벨업된 상황에서 관행이 좀더 투명하게 변한다면 은행주에 대한 시장평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입니다"
투명경영이 강한기업을 만든다. 조흥은행은 `투명경영`이 `강한 조흥은행`을 만들었다고 확신한다. 물론 판단은 투자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