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3시쯤(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아마게르 바케’에는 10층 높이 전망대(85m)로 향하는 계단을 6~7살 남짓으로 보이는 아이와 함께 부모들이 오르고 있었다. 125m 굴뚝에서는 쉼없이 하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지만, 외부에선 아무런 악취나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 아마게르 바케 상부에 있는 인공 스키장에는 360도로 코펜하겐 시내 전경을 둘러보는 여러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아마게르 바케를 방문했다고 21일 밝혔다. 자원회수시설은 폐기물을 소각해 생산된 열과 전력을 인근 지역에 제공하는 시설로 주민 기피시설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아마게르 바케는 지난 2021년 세계건축축제(WAF)로부터 올해의 세계 건축물로 선정되는 등 자원회수시설을 지역 명소로 탈바꿈한 대표적 사례다.
아마게르 바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붕을 활용한 스키 슬로프다.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덴마크의 지리적 특성을 역발상, 소각시설 지붕에 인공 언덕을 조성했다. 이곳에는 사계절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고, 이로인해 아마게르 바케는 ‘코펜힐(언덕)’로 불리기도 한다.
스키를 타지 않는 방문객들은 슬로프 옆 산책로를 통해 코펜힐을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 있는 전망카페를 통해 코펜하겐시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북쪽 벽 쪽으로는 높이 85m, 너비 10m 규모의 인공 암벽장을 만들어 실제 암벽을 오르듯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
잉겔스 건축가는 “(아마게르 바케)건설 계획이 발표가 되고 나서 뉴욕에서 비행기 타고 왔는데, 코펜하겐 택시 기사가 이거 언제 완공되는지 오히려 물어봤다”며 “짓지 말라는 반대 의견이 아니라 빨리 지어서 스키장 등이 실현되길 바라는 시민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마게르 바케와 불과 200m 떨어진 총 485가구 규모 공동주택(326가구 공공임대)은 시세가 한화로 9억~10억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또 덴마크 여왕인 ‘마르그레테 2세’가 살고 있는 궁전과는 약 2㎞ 거리에 불과하다. 코펜하겐의 명물 ‘인어공주상’에서는 물론 어디서나 평지 위에 우뚝 솟은 아마게르 바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잉겔스 건축가는 “여왕이 사는 궁전에서도 매일 아마게르 바케에서 해가 뜨고 지는 모습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오세훈 시장은 이날 아마게르 바케 건립 총괄 프로젝트를 담당한 에너지 기업 ‘람볼’과 운영사인 ‘ARC’ 등의 관계자로부터 소각시설, 오염물질 배출 방지시설 등 친환경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 코펜힐 정상까지 오르며 스키장, 산책로 등 주민 편의시설 등을 확인했다. 특히 자원회수시설 건립과 완공 이후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대한 대처 및 소통에 대해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서울시도 마포구 상암동의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은 주요시설 및 진입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주민 편의시설로 구상하고 있다. 또 주변 환경적 장점을 살린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해 중으로 랜드마크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 기본 구상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후보지뿐 아니라 인근 공원 일대를 포함하는 마스터플랜(15만㎡)을 준비할 방침이다. 또 창의적인 설계와 디자인, 친환경적인 운영방식으로 기피시설을 지역이 자랑하는 랜드마크로 만든 아마게르 바케의 사례처럼 상암동 자원회수시설도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시설,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아마게르 바케 바깥으로 배출되는 수증기의 화학 성분이 시민들이 호흡하는 공기보다도 훨씬 더 양질의 기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마포 소각장은)지하화는 100% 할수도 있지만 유일한 해법인지는 주민들과 대화를 하며 진전된 방향으로 얘기할 수 있고, 50~80% 지하화도 주민들이 더 낫다고 판단한다면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