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현장 방문…"진상규명 먼저"

청소노동자 사망한 기숙사 방문…30분 간담회
이재명 "학교·노조 함께 진상조사 참여해야"
노조, 서울대 학생처장 비판…"수준 이하 글"
  • 등록 2021-07-11 오후 6:47:31

    수정 2021-07-11 오후 6:47:31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서울대학교 기숙사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된 50대 청소노동자 고(故) 이모(59·여)씨 유족과 만났다. 이 지사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진상규명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며 말을 아꼈다.

11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청소노동자가 숨친 채 발견된 서울대 기숙사를 방문해 바라보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유족 위로 하려 방문…조사 주체가 중요”

이재명 지사는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사 후생관에서 이씨 유족 및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관계자와 약 30분간 간담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노조 김형수 위원장과 정성훈 서울대시설 분회장, 여정성 서울대 교육부총장, 이재현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비서공) 학생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정민·윤영덕 의원 등 10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 지사의 전격 방문은 이 학교 구민교 학생처장(행정대학원 교수)이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서울대가 고인에게 업무와 무관한 영어·한자 시험을 보도록 한 것과 관련, 8일 자신의 SNS에 “(고인이) 삐뚤삐뚤 쓰신 답안지 사진을 보며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온다”고 적었다. 구 처장은 이에 대해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 나도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것이 역겹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사건의 진상규명을 어떻게 밝힐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이씨 사망을 둘러싸고 노조와 서울대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서울대 쪽에선 갑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쪽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본다”며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니 학교 측도 적극적으로 진상규명에 나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문제는 진상규명이 완전히 완료된 이후 판단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홍정민 의원은 “학교 측과 노조가 조사에 어디까지 참여할 지 서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학교가 조사에 공동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그러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윤영덕 의원은 “인간의 존엄과 노동자의 인격 대우 등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청소노동자 동료들이 지금보다 나은 환경·조건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들에게 보도록 한 시험(왼쪽). 근무 기강을 잡는다며 회의 참석 복장으로 참가하라는 A팀장의 문자메시지 캡처.(자료=민주노총)
노조, 서울대·학생처장 등 강력 규탄…취재진 갈등도

이날 민주노총은 구민교 학생처장의 글이 정치권이 아니라 노조와 청소노동자를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며 “철없고 수준 이하”라고 강력히 규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울대에서 학생처장이라는 보직을 맡고 있는 만큼 개인의 일탈로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이씨는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청소노동자들은 이씨가 학교 측의 ‘갑질’과 부당한 지시, 방관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대는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영어와 한자시험을 실시하고 ‘여성은 최대한 멋진 모습’으로 회의에 참석하라는 등 드레스코드를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논란이 번지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학교 인권센터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대 내부에서는 ‘갑질이 아니다’라고 반박이 나오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7일 서울대 925동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 모습.(사진=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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