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쓰레기 대란 석달, 아직도 대한민국은 과대포장 천국

진열대 앞 비닐봉투 여전…플라스틱 과대포장 수두룩
시민들 "장바구니 애용도 무색…뭐가 달라진거냐"
업계 "제조사 과대포장 제품까지 막을 순 없어"
  • 등록 2018-06-28 오전 10:25:16

    수정 2018-06-28 오전 10:25:16

서울 마포구 농협 하나로마트 야채·신선식품 진열대 앞에 비치된 속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용기에 싸여진 식제품들. (사진=김보영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뭐가 달라진건지 모르겠어요. 상품 진열대마다 속비닐백 사용은 그대로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면 각종 포장재가 산더미처럼 나오죠.” 회사원 홍주민(가명·28·여)씨

지난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정부와 국내 대형마트 업계는 협약을 체결하고 비닐·플라스틱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러나 시행 한달이 지났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변화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생산·유통업체의 감축 노력과 함께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가 수반해야 하지만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시민들의 인식변화에도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서다. 협약에 구속력을 부여하고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국민 홍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닐 50% 감축 협약 후 한 달…여전히 플라스틱 천국

환경부와 5개 대형마트 업체(△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농협하나로유통 △메가마트)는 지난 4월 26일 재활용 폐기물 종합 대책의 일환으로 ‘일회용 비닐쇼핑백·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량은 2013년 192억개에서 2014년 212억개, 2015년 211억개로 증가추세다.

대형마트 업계와 환경부는 이번 협약을 통해 △속비닐 비치장소 감축 △속비닐 규격 조정 △1+1 행사 상품의 추가 포장 자제 △과대 포장 제품의 입점 제한 등 조치를 통해 매장 내 속비닐 사용량을 5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코팅 발포 합성수지 재질의 식품 받침대 대신 무색, 무코팅 받침대를 사용하도록 노력할 것도 합의했다.

그러나 협약 체결 두달이 다 됐지만 일선 매장에선 협약은 무용지물이다. 지난 주말 찾은 서울 마포구 농협하나로마트 매장 내 식품 진열대 앞에는 속비닐이 한무더기씩 비치돼 있었다.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류는 이미 개별포장된 상태에서 다시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판매하고 있었다. 또 과자류 등 이미 포장해 출시된 상품도 다시 묶음 포장할 수 있는 별도 포장지를 제공하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에 위치한 이마트와 롯데마트 두 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부 장효정(가명·45)씨는 “수분기가 많은 채소 등 신선식품은 어쩔 수 없이 비닐 봉투를 사용해야 하겠지만 이미 포장된 상태인 과자·건어물 등 다른 제품들까지 여전히 비닐봉투에 담아 판매한다”며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면 비닐봉지와 각종 포장재가 무더기로 나온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경규(가명·32)씨는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러 다니는데도 비닐,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제품들이 워낙 많아 포장재 쓰러기가 엄청나다”며 “시민들도 노력해야 겠지만 업체에서 먼저 과대포장을 줄이고 친환경 포장재 개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형마트 측은 손님들의 편의제고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금천구 이마트 판매직원 남미화(가명·55)씨는 “묶음 단위 제품을 낱개 단위로 가져갈 때나 제품을 한 번 더 감쌀 포장재가 필요할 때 등 비닐봉지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여전히 많다”며 “장바구니도 쓰던 사람이나 쓰지 딱히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스낵 식품 코너에 진열된 비닐 봉투. (사진=김보영 기자)
대형마트 “제조사 포장까지 단속할 수는 없어”

유통업체들은 제조 단계에서 이미 과대포장된 채 입고되는 제품들까지 단속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업체 차원에서 1+1 행사 상품 포장재 등 과대포장 현상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제조사에서 포장돼 들어오는 상품들이 대부분이라 가시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유통업계 못지 않게 제조업계와 시민들의 노력도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금은 기존에 발주해 사용하던 속비닐의 재고가 쌓여 있어 소진해나가는 단계”라며 “35cm*45cm에서 30cm*40cm로 축소된 규격의 속비닐을 도입했고, 지금의 과도기가 끝나면 속비닐 비치를 본격적으로 축소해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자발적 이행 수준의 협약만으로 쓰레기 대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제조업계에 구속력을 부여해 제품의 생산단계에서부터 비닐, 플라스틱 발생을 줄이고 친환경 포장재 기술개발과 시민들의 친환경 의식 향상 등 절차가 두루 발휘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협약 업체들은 지난 한 달 간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 도입 등 제도 정비를 거쳤고 최근에는 시민단체들과 협업해 비닐 포장 줄이기 캠페인 등 시민 참여 확대를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비닐·플라스틱 발생 감축은 생산업계와 국민들의 참여도 못지않게 중요하게 작용한다. 제조업계들과의 협력, 논의를 강화하고 국민들의 참여 확대를 위한 다양한 민관 협력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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