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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커졌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를 훌쩍 넘을 정도로 급등하고 있는데, 상방 리스크(당초 전망보다 더 상승하는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유가의 변동은 원유 수입국인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韓銀 “국제유가 상방 리스크 다소 확대”
한은은 29일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유가의 상방 리스크가 다소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은 배럴당 74.64달러까지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12월 이후 월 평균 64.2달러→69.0달러→65.4달러→66.5달러 등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4월 들어 70달러대로 확 급등한 것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는 당초 예상을 빗나간 것이다. 한은만 해도 ‘셰일오일 밴드효과’를 거론하며 유가의 등락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셰일오일 밴드효과는 국제유가가 대체재 격인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을 기준으로 일정 구간(45~60달러)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주목할 건 국제유가 상승이 달러화 강세와 동시에 진행되는 ‘이상 현상’이다. 최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번달 중순만 해도 89포인트대였으나, 현재 91포인트로 올랐다.
통상 유가와 달러화는 역의 상관관계를 지닌다. 원유 거래는 달러화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면 원유 판매자는 자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더 싼 가격에 팔아도 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유가 하락 유인이 생긴다는 의미다.
그런데 달러화 가치가 오르는 와중에도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건 다른 요인, 다시 말해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이 예상 밖으로 심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원유 수입국 韓 경제, 유가 리스크 ‘촉각’
문제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상방 리스크의 확대를 거론한 것도 이같은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재개 가능성이 있고 베네수엘라 시리아 등 주요 산유국의 정정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당장 가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7일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554.15원으로 상승했다.
배럴당 80달러에 가까운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의 생산원가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