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올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합쳐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7조3000여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지난해 포함 2010년까지 매년 7조원 이상씩 총 32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정부는 이미 중장기 재정운영계획에 32조원의 예산을 반영했기 때문에 재원조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올해 계획됐던 일부 사업이 재원 마련 실패로 벌써 물거품되는가 하면, 노인수발보험이나 유아 기본보조금 지원, 아동수당제 등 굵직굵직한 복지정책이 전면 시행될 경우 재원 조달에 구멍이 뚫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 대책 예산 2천억 깎여 일부 사업 무산
31일 보건복지부와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올해 저출산 대책을 위한 예산은 3조443억원으로 지난해 6월 기본계획 발표당시보다 2046억원 감소했다.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입양아 무상보육·교육비 15억원이 전액 삭감되는 한편 아동학대 예방 홍보, 방문구강보건 서비스 등 다수의 저출산 대책들이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 확대방안의 경우 당초 1707억원의 재원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제 책정된 금액은 394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일반 병의원에서도 만 6세 이하 아동의 전염병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값이 인상되지 못하는 바람에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받으려고 했던 무료 예방접종 사업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담뱃값 인상이 무산된 것을 탓했다.
◇아동수당제·기본보조금·노인수발보험..대형예산사업 `첩첩산중`
게다가 저출산·고령화 대책 중 앞으로 예정된 대규모 사업들을 고려하면 32조원의 예산만으로는 턱 없이 모자라다.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유아(만3∼5세) 기본 보조금 제도는 연간 1000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는 당초 기본계획 예산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3개 지역에 실시하는 시범사업만 지방비를 포함해 총 57억원이 여성부 일반회계로 책정됐을 뿐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저출산 대책으로는 아동수당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당정간 아동수당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키로 합의했으며, 복지부는 1~2년내에 이를 실행한다는 목표다.
반면 기획예산처는 아동수당제와 관련,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데다 상당한 재정이 소요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동수당을 만 5세 이하 취학전 모든 아동에 매월 10만원씩 준다면 연간 1조원 이상, 둘째아이부터 10만원을 주면 연 5000억원 가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 7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노인수발보험 역시 시범사업만 기본계획 예산에 포함돼 있을 뿐 전면 시행이후 2010년 4300억원(정부 입법안)까지 늘어나는 재정 지원액은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인수발보험 법안은 정부안과 각 당의 의원안들이 제각각 재정 지원 비율을 20~80%까지 책정해 두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원 비율이 늘어날수록 국민 부담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일단 올해 예산은 어느정도 맞췄지만 내년에 기본보조금 지급이나 노인수발보험 등 대규모 사업들이 전면 시행되면 추가로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며 "일본도 노인수발보험(개호보험)이 5년만에 재정파탄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