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목줄은 태광산업이 쥐고 있어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홈쇼핑의 2대주주인 태광산업이 반감을 갖도록 만든 점은 그 불가피성을 감안하더라도 롯데 측에 치명적인 상처다.
우리홈쇼핑을 각 가정으로 송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케이블망을 지배하고 있는 MSO 사업자들이 필수적인데, 문제는 태광산업이 국내 최대의 MSO인 티브로드의 최대주주라는 점이다. 실제로 채널권을 쥐고 있는 태광그룹은 우리홈쇼핑 방송 송출 중단 등 극단적인 무력시위에 나서며 롯데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 태광은 지난달 31일부터 경기도 용인과 수원지역에 한정됐던 우리홈쇼핑 방송 중단 지역을 인천과 평택, 전주 등 7개 케이블로 확대했다. 태광산업 쪽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불쾌하다'는 수준을 넘어 '해볼테면 해보라'는 뉘앙스까지 담고 있다. 태광산업 고위관계자는 "롯데의 우리홈쇼핑 주식 인수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도 "향후 절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홈쇼핑과의 방송송출 계약은 올해 연말까지"라며 "계약기간은 지킬 계획이지만 그 이후 계약지속은 장담못한다"고 밝혔다.
MSO는 홈쇼핑 방송의 송출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비인기 채널을 배정함으로써 시청률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막강한 존재다. 최근 홈쇼핑 업체들도 SO들의 방송송출료 인상요구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이 케이블TV 경험이 없는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우려를 내놓는 것도 MSO와의 사업협조가 홈쇼핑사업에서는 처음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CJ증권 민영상 애널리스트는 "우리홈쇼핑의 경우 안정적인 방송송출의 기반이 되는 SO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아 롯데가 인수할 경우 추가적인 SO 투자 등의 비용부담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2대주주인 태광산업의 측면지원으로 버텨왔지만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한만큼 이같은 밀월관계는 끝날 가능성이 높다.
◇"홈쇼핑은 유통 아닌 방송업".."롯데 현명한 선택 아니다"
우리홈쇼핑 인수를 위해서 롯데가 쏟아부은 자금도 500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이어서 CJ홈쇼핑이나 GS홈쇼핑의 시가총액과 비교할 때 매우 비싸게 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주인 없는 홈쇼핑 채널을 인수하려다보니 부르는 대로 값을 쳐줘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 박종렬 애널리스트는 "투자자금의 만회를 위해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롯데의 입장에서는 역시 태광산업의 반발이 가장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인수비용과 향후 이익전망을 고려할 때 그리 현명한 투자는 아닌것 같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사업은 유통사업이라기보다는 방송사업에 가깝기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 노하우보다는 역시 케이블망 사업자들과의 원만한 협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이 현대홈쇼핑과 별다른 시너지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좋은 선례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현대홈쇼핑도 아직까지는 현대백화점과의 오프라인 소매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보다는 HCN이라는 현대 계열 MSO가 가진 플랫폼에 더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프라인 유통업과 홈쇼핑의 시너지는 별로 크지 않다"고 단언했다.
GS 홈쇼핑도 같은 계열의 GS리테일(옛 LG유통)과의 사업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강남케이블TV인수 등 SO 인수를 통한 홈쇼핑영업 강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을 볼때 홈쇼핑 사업은 케이블망 확보경쟁에서 승패가 갈린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국내 최대 MSO인 태광산업의 불화는 롯데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뼈아픈 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광산업이 태도를 바꿔 롯데 측에 협조하기로 한다 해도 상당한 이익 공유를 요구할 것임이 분명하다"며 "홈쇼핑 사업 경험과 배경이 없는 롯데가 유통업의 노하우만 믿고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면 적지않은 댓가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