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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다솔 인턴기자] 페이스북이 몇몇 유명 인사를 ‘화이트 리스트’로 지정해 규정 위반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엑스체크(XCheck)’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만 명의 유명인과 정치인 등의 사용자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해왔다.
그동안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30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지위나 명성에 관계없이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해왔지만, 뒤에서는 ‘VIP 사용자’에게 특권을 준 셈이다.
도입 의도와 달리 엑스체크로 규정 위반 공인 보호
페이스북의 ‘크로스체크(cross check)’ 혹은 엑스체크로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규정 위반으로 잘못 간주된 게시물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초기 의도와 달리 페이스북은 엑스체크를 통해 규제 대상 게시물을 포스팅한 공인을 보호해왔다.
일반 사용자의 경우 왕따, 성적인 콘텐츠, 헤이트 스피치(특정 인종·성별 등에 대한 증오 표현) 및 폭력 선동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 직원의 검토 없이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지만 엑스체크 검토 대상으로 지정된 사용자는 하나의 규칙을 위반했다고 해서 해당 콘텐츠가 즉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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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리벤지포르노’ 올려도 네이마르는 “무죄”
일례로 지난 2019년 한 여성이 세계적 축구선수 네이마르를 강간 혐의로 고소하자, 네이마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이 여성의 나체사진을 공유했다. 페이스북 규정 상 동의 없는 사적인 이미지는 즉시 삭제돼야 하지만 네이마르의 게시물은 엑스체크에 의해 보호됐다.
결국 콘텐츠가 삭제되기까지 5600만명의 유저가 페이스북이 ‘리벤지 포르노(보복을 목적으로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로 정의한 게시물을 조회했으며, 이는 6000번 넘게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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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계층 보호” vs “정확한 제재위한 조치”
페이스북의 화이트리스트 논란이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페이스북의 화이트리스트 내부 검토에 대한 변호사 비밀유지특권 문서에는 “(페이스북은) 그동안 공표해온 것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몇몇 이용자들은 규정을 아무런 제재 없이 위반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지난 6월 페이스북 대변인 앤디 스톤은 성명을 통해 엑스체크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이 시스템은 “숙고가 필요한 콘텐츠를 정확히 제재할 수 있도록 추가 단계를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2018년 저커버그 CEO는 삭제된 콘텐츠 중 10%가 규정에 반하지 않았으며, 제재 조치에 대해 사용자가 위반 내용을 전달받지 못하거나, 반박할 기회가 없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스톤은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해 이사회와 논의했으며, 화이트리스트 관행을 단계적으로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은 페이스북이 엑스체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엘리트 계층’을 만들어 2020년까지 최소 580만명의 이용자를 보호해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