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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래티스반도체 노리던 中자본에 제동…“안보 위협”
미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계 사모펀드 캐넌브릿지의 래티스반도체 인수 승인 요청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캐넌브릿지는 중국 국영기업 차이나벤쳐캐피털펀드가 지원하고 있는데, 지적재산 이전 가능성, 반도체 공급망의 온전한 상태 유지 등을 고려했을 때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도 중국 자본의 미 M&A 시장 유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 래티스반도체 M&A 건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자본의 미 기업 인수 허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바 있다.
래티스반도체는 지난 해부터 사모펀드 캐넌브릿지에 회사를 13억달러에 매각하는 거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US)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매각 승인에 매번 제동을 걸었다. 캐넌브릿지에 중국 자본을 토대로 하고 있어서다. 래티스반도체는 지난 1일 CIFUS로부터 3번째 거절 통보를 받은 뒤 불만을 드러내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매각 승인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래티스반도체의 대응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대통령의 책상에 서류를 올릴 생각을 하지 않고 스스로 계약을 취소·철회해 왔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대통령이 CFIUS 권고를 무효화 시킬 수 있으나, 1990년 이후 제기된 세 건의 승인 요청에서 되돌려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난 해 12월 중국계 펀드의 독일 반도체기업 아익스트론 인수에 대해 안보 위협을 이유로 포기 명령을 내렸다. 시장과 언론에서 래티스반도체의 실패를 점쳤던 이유다.
中자본 美기업 인수 불발 올 들어 세번째…北 옥죄기에 中 활용 의도도
중국 자본의 미 기업 인수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불발된 사례는 래티스반도체를 포함해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지난 7월에는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의 미 기내 엔터테인먼트 업체 글로벌 이글 인수와 중국 가전기업 TLC의 인시고 모바일 방송 사업 인수가 각각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현재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의 머니그램 인수와 HNA그룹의 스카이브릿지캐피탈 헤지펀드 지분 인수 건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자국 기업을 노리는 해외 자본에 전통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그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자본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을 경제적으로 옥죄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계속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면 CFIUS를 활용해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승인을 보류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中반도체굴기 영향받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도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이 래티스반도체 인수를 거부하게 되면 미-중 무역관계를 둘러싼 긴장감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미 기업들에게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보복할 경우 피해 예상 미 기업으로 보잉, 웨스팅하우스, 스타벅스, 테슬라, 애플, 맥도널드, 포드, 아마존닷컴 등을 꼽았다. 최근 중국 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 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기업들 중에서는 이미 알려진 철강·알리미늄 업체들을 비롯해 대미 수출 비중이 큰 대다수 기업들의 피해가 예측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날 래티스반도체 인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중국의 반도체굴기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15년부터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 주도로 반도체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해외 기업 인수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2015~2016년 미국의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