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 ‘디 에이치(THE H) 아너힐즈’가 고분양가 논란에도 올해 서울지역 최고 청약 경쟁률을 새로 썼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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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디 에이치(THE H) 아너힐즈’(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고분양가 논란에도 올해 서울지역 최고 청약 경쟁률을 새로 썼다. 3.3㎡당 4137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도 평균 분양가를 3.3㎡당 320만원 내려 저렴해졌다는 인식을 준 게 청약자를 끌어모은 요인으로 꼽힌다. 더욱이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고 시공사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까지 없는 상황에도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며 강남 재건축의 열기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부동산 추가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하반기 강남 재건축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디 에이치 아너힐즈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6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6339명이 접수해 평균 100.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84㎡A형(이하 전용면적)으로 1가구 공급에 1198명(1순위 당해)이 접수해 1198대 1을 기록했다. 이어 84㎡D형이 2가구 모집에 1567명이 청약해 783.5대 1을 기록했고 △94㎡A 672대 1(1가구) △84㎡C 577대 1(1가구) △99㎡T(테라스형) 117대 1(1가구) △91㎡T 89대 1(1가구)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에서 일반분양 첫 주자로 나선 삼성물산의 ‘래미안 블레스티지’ 아파트(전용 49~182㎡ 1957가구)가 기록한 평균 경쟁률인 33.6대 1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대림산업이 서울시 동작구 흑석7구역(흑석동 158번지 일대)을 재개발해 분양한 ‘아크로 리버하임’ 아파트가 세운 올해 서울지역 평균 경쟁률(89.5대 1) 최고기록마저 넘어섰다.
디 에이치 아너힐즈가 청약 돌풍을 일으킨 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거듭된 분양가 승인 퇴짜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초 평균 분양가를 3.3㎡당 4457만원으로 책정해 분양보증을 신청했지만 HUG에서 보증 승인을 거부했고 이후 분양가를 3.3㎡당 4310만원까지 내리고 재도전에 나섰지만 또 고배를 마셨다. 조합은 결국 분양가를 3.3㎡당 평균 4178만원으로 의결하고 조합장 재량으로 41만원을 더 낮춰 3.3㎡당 4137만원에 분양가를 확정했다. 불과 6주 만에 분양가격이 3.3㎡당 320만원이나 내리면서 가구당 1억 넘는 할인이 제공된 셈이다. 개포동 G공인 관계자는 “분양가가 1억원 넘게 내렸고 웃돈도 1억원 가까운 붙을 것으로 예상돼 당첨되면 사실상 2억원 가까운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실수요자는 물론 6개월 뒤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팔려는 투기 수요까지 더해져 예상치 못한 경쟁률이 나왔다”고 말했다.
분양을 앞둔 다른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디 에이치의 청약 결과에 느긋해진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디 에이치 아너힐즈가 시공사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도 서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경쟁률이 나왔다는 것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수요가 아직 많이 있다는 것의 의미한다”며 “앞으로 일반 분양에 나서는 재건축 단지들도 시공사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을 서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연내 강남에 일반분양하는 재건축 단지로는 대림산업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5차를 재건축하는 ‘아크로 리버뷰’(전용 59~84㎡ 595가구·일반 분양 41가구)와 잠원동 한신 18·24차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 래미안(가칭)’(전용 49~132㎡ 475가구·일반 분양 146가구), 서초구 방배 3동을 재개발하는 ‘방배 에코자이’(전용 59~128㎡ 353가구·일반 분양 97가구) 등이 있다.
관심은 정부가 가계부채 부실을 막기 위해 내놓을 규제방안에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2분기 가계부채 규모를 발표하면서 대출 억제 방안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1230조에 달하는 가계 부채가 금융시장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드는 자금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아서다. 현재로선 아파트 집단대출 소득심사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공공택지 1년·수도권 민간택지 6개월) 지역별 차등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 자문부 팀장은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 투자자금이 몰리며 활황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규제가 중요하다”며 “정부의 규제 정도가 세지 않다면 하반기 강남 재건축 시장의 분위기를 식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